아동·청소년·청년 건강

소아 자폐증 원인, 뇌만이 아니라 장 기능도 확인해야

pulmaemi 2020. 2. 18. 16:52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

“그러고 보니 감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이는 동안에 눈 맞춤이 늘었던 것 같아요” 한의원에서 자폐증 치료를 받는 아이의 보호자가 한 말이다. 다른 아이의 경우에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을 처음 복용한 뒤 오히려 자폐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자폐 스펙트럼은 장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장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변화가 자폐 스펙트럼의 증상에 많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자폐증 관련 단체인 ‘Autism Speaks’에서는 자폐증 관련 10가지 과학적 성과를 발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장 기능과 자폐증과의 관계이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4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건강한 장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총을 자폐 스펙트럼 아이의 장에 이식했을 때 자폐증 증상이 줄어든다거나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의 장에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특정 유해 균이 많다는 등 장 기능과 자폐 스펙트럼과의 관계는 최근에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해서 일시적으로 유해 균이 같이 죽어버린 아이가 자폐 증상이 줄어들고 안 먹던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대변 양상이 나빠지면서 자폐 증상이 심해진 아이의 경우도 장 기능의 변화로 인해서 자폐 증상도 변화한 것이다.

우리 장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존재하며 우리 몸에 여러 영향을 끼친다.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들도 있고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세균도 존재한다.

장 기능이 떨어지고 장 문제가 발생하면 유해균이 유익균보다 많아진다. 이 유해균 중에서 유독 뇌 손상을 일으키는 유해 균들도 존재한다. 뇌에 염증이 발생하고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자폐증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이 정상적인 성장, 발달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퇴행하면서 자폐 증상을 보인다. 이는 선천적인 뇌 기능의 문제는 없으나 자라면서 장 기능의 이상이 생겼고 유해 균의 독소로 인해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으로 뇌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의 손상을 치료해야 하고, 뇌 손상의 원인이 되는 장 기능을 잡아줘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자폐증 치료를 위해서 장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을 가장 기본으로 삼는다. 자폐증 아이들의 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것은 소화기의 기능이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다.

▲김민환 원장 (사진=알면한의원 제공)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면서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고 때로는 장염도 걸리고 건강한 음식도 섭취하면서 장 기능이 발달해간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아이들은 소화기가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장 기능의 문제가 쉽게 발생한다.

게다가 자폐 증상이 생긴 후에는 편식이 심해지고 음식의 맛이나 질감, 냄새 등에 집착하는 감각 추구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소화기 기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인 한약 치료로 장 기능을 우선적으로 개선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민환 알면한의원장은 “자폐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고 뇌의 문제는 장 기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리 아이가 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장 기능부터 잡아주는 것이 자폐증 치료에 아주 중요하다”며 “자폐는 불치병이 아닌 치료가 힘든 난치병이니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으면 벗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augus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