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분층각막이식(상부표층각막이식과 데세메막이식) (그래픽= 가톨릭여의도성모병원 제공) |
[메디컬투데이 박제성 기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이 최근 기증받은 각막 1개로 환자 두 명에게 세상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시력을 가질 수 있는 선물을 선사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황호식 교수팀은 지난 6월 20일 국내에서 사후각막을 기증받은 후, 하나의 각막으로 같은 달 23일에는 과립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여성 환자에게, 이어 같은 달 26일에는 푹스각막이영양증이 있는 60대 남성 환자에게 ‘부분층각막이식술’을 시행해 이식에 성공했다.
각막이영양증은 각막에 이상물질이 침착되거나 각막의 변성이 일찍 시작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에는 특히 과립각막이영양증(Granular dystrophy)와 아벨리노각막이영양증(Avellino dystrophy) 질환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아벨리노각막이영양증은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민 온 가족에게서 처음 발견됐으며 양안 각막 중심부에 단백질이 침착되며 혼탁이 발생하고, 노화가 됨에 따라 점차 혼탁이 많아져 시력이 감소하는 등 보통염색체 우성형질 유전질환이다.
교수팀에 따르면 심부표층각막이식술을 받은 과립각막이영양증 60대 여성 환자는 수술 전 시력이 안전수지 30 cm(눈앞 30 cm에서 손가락의 수를 구분할 수 있는 시력)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번 심부표층각막이식을 성공적으로 수여받은 후의 수술 후 교정시력은 0.25로 나아졌다.
또 다른 수여환자는 푹스각막이영양증 환자로 심부표층각막이식술 중 기증각막의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벗겨내어 보존한 후 수여환자의 데세막이식술에 사용했다. 이 환자는 푹스각막이영양증 환자로 수술 전 시력이 0.1이며 각막부종에 의한 통증을 호소했다.
수술진행 과정에서 벗겨놓은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이용해 데세메막이식을 시행한 후 시력은 0.3으로 개선된 것은 물론 투명한 각막을 유지하고 통증은 사라졌다.
각막이식의 경우 기존에는 각막의 전층(상피세포층, 보우만막, 실질, 데세메막, 내피세포층)을 이식하는 전층각막이식을 주로 시행했으나, 최근에는 이상이 있는 층만을 이식하는 부분층각막이식이 늘어나고 있다.
보통 각막이식술은 각막의 모든 층을 전부 이식하는 수술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최근들어 부분층의 각막이식술의 건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7년의 경우 약 730건의 각막이시술이 진행됐는데 이 중 약 580건(약 80%) 정도가 모든 각막층을 이식했고 나머지 20% 정도는 부분층 이식을 시술했다.
부분층각막 이식에는 대표적으로 ‘심부표층각막이식(DALK)’과 ‘데세메막이식(DMEK)’이 있다.
심부표층각막이식의 경우, 각막내피세포는 정상이나 실질 각막층이 혼탁한 경우를 말하며 각막 이식을 받는 수여자를 대상으로 수여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 약간의 실질 각막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각막을 모두 제거한 후, 공여자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층, 데세메막을 제거한 각막실질만을 수여 환자에게 이식한다.
데세메막이식은 내피세포만 이상이 있는 경우의 환자(각막이식을 받는 수여자)를 대상으로 수여자 환자의 각막에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제거한 후, 공여자인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 데세메막을 벗겨내 이를 이식한다.
즉 부분층각막이식술은 하나의 각막에서 최대 두 명의 수여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데, 실질 각막층은 심부표층각막이식 수여환자에게로, 내피세포 및 데세메막은 데세메막이식 수여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최대 두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황호식 교수는 “심부표층각막이식 도중 기증각막에서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해내는 시술은 기술적으로 꽤 어려운 술기이다”면서 “기증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부분층각막이식술은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각막이식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공개한 '2017년 장기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막이식 대기자는 2109명이며 평균대기일은 2564일(약 7~8년)정도 되지만 안구기증자는 2017년 한 해 20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에서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각막이식 대기자도 많기에 실제 대기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자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수입각막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이다.
메디컬투데이 박제성 기자(do8405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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