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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성묘 때 ‘벌·뱀·진드기’ 조심하세요

pulmaemi 2019. 8. 30. 16:54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최근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가는 사람들로 주말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추석 당일 성묘를 위해 미리 벌초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걸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벌에 쏘이거나 뱀, 진드기 등에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에 야산을 찾는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추석이 껴있던 9월 한 달에만 벌 쏘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전국에서 총 3,681명에 달했다. 같은 해 1월 환자가 33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100배 많은 수치다. 비슷한 시기에 뱀에 물리는 사고도 잦았다. 작년 9월 뱀 물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2명으로, 같은 해 겨울(1월~2월) 한 자리 대의 환자 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추수기는 진드기로 인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지난 5년간 평균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에 걸렸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도 연간 10명 이상 발생했다. 또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된 환자도 작년 한 해에만 259명이었고 이중 약 16%가 사망했다. 
이러한 감염병은 응고장애나 신부전증 등 큰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어, 이번 주말부터 추석 연휴까지 야산으로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한 벌초와 성묘를 위해 주의해야 하는지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 벌 쏘임 
국내 공식적인 보고는 없지만,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다. 뱀에 물린 경우에는 위험한 증상이 수 시간부터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벌에 쏘인 경우 일부 환자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에 의해 15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알러지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 높다. 말벌이 꿀벌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알레르기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조임,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정상인이라도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벌 쏘임은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 좋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착용하고 향수나 스킨로션은 자제한다.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의복,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의복을 피한다. 특히 금색 계열의 장신구(목걸이, 팔지 등)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쉬우므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부득이하게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 침을 제거한 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다만, 약물,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관계없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뱀 물림 
벌초나 성묘를 가서 뱀 물림을 피하려면,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을 긴 막대기로 미리 헤집으면서 뱀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길을 가는 것이 좋다. 방심한 틈에 뱀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초 시에는 헬멧,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뱀에 물렸을 때는 다음과 같이 조치한다.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시킨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단,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  

정 교수는 “간혹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나서 입으로 흡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절개를 잘못해 동맥이 손상되면 다량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 또 구강 내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 따라서 당황하지 말고 기본 가이드라인을 지켜 응급조치를 시행하자”고 전했다. 

◇ 쯔쯔가무시병 
쯔쯔가무시병은 산림, 밭, 농지, 하천 등에 서식하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지난 5년간 환자 수는 ▲2014년 8,130명 ▲2015년 9,513명 ▲2016년 11,105명 ▲2017명 10,528명 ▲2018년 6,668명으로 매년 만 명 전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4년 13명 ▲2015년 11명 ▲2016년 13명 ▲2017년 18명 ▲2018년 5명으로 보고됐다. 

쯔쯔가무시병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의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이 중 알에서 부화된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물의 조직액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람이 팔, 다리, 머리, 목 등의 노출 부위 또는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부위를 물리면, 즉 유충이 체액을 흡인하면 진드기 유충에 있던 미생물인 리켓치아(학명: Orientia tsutsugamushi)가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대개 집쥐, 들쥐, 들새, 야생 설치류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리면서 혈액과 림프액을 통한 전신적 혈관염이 발생된다.

진드기에게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에 진드기 물린 부위에는 1cm 정도의 가피가 나타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붉고 경화된 병변이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3~5일 만에 몸통의 발진이 팔 다리로 퍼진다. 이러한 가피는 쯔쯔가무시병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몸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쯔쯔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다만,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는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열이 나는 첫 주에는 기침이 많으며, 2주째는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드물게는 쇼크가 발생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여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야외활동이 잦은 농부와 군인이다. 또 추석을 맞아 조상 묘를 찾는 성묘객들에서도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자주 발생한다. 즉, 논과 밭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에서 성묘, 벌초, 도토리, 밤 줍기,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과 같은 야외 활동 중에 걸리기 쉽다.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바닥에는 가급적 앉지 않는다.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은 신종 전염병으로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2011년에 처음으로 환자 감염이 확인됐다. 환자수도 꾸준히 늘어 ▲2016년 165명 ▲2017년 272명 ▲2018년 259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6년 19명 ▲2017년 54명 ▲2018년 46명이었다. 

SFTS는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체가 되어 사람에게 전파된다. 작은소참진드기는 국내에서도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SFT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도 검출된 바 있다. 

증상으로는 감염 초기 40도가 넘는 원인불명의 발열,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이 있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시작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한 경우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유행 시기는 매개체인 진드기가 주로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야산활동 시 주의해야 한다. 벌초나 성묘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한다. 날이 더워도 몸을 감싸는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기를 권장한다. 풀밭에도 함부로 앉지 않고 용변을 보는 것도 자제한다. 집에 오면 그날 입은 옷은 털어서 바로 세탁하고, 샤워나 목욕을 하며 몸에 혹시 붙어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를 꼼꼼히 씻어낸다. 

특히 머리에 진드기가 있을 수 있으니 머리도 구석구석 감는다. 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진드기를 무리하게 제거하면 안 된다.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인근 병원에서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자의 혈액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다. 

◇ 렙토스피라증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라는 미생물이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있는 렙토스리파라가 오줌을 통해 배출되면 흙이나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 오염된 흙과 물을 사람이 만질 경우, 렙토스피라가 사람의 피부나 점막의 상처를 뚫고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킨다. 

증상으로는 고열, 심한 두통, 오한, 결막 충혈, 심한 근육통, 구토가 있다. 보통 2~26일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은 호흡기 증상과 폐출혈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만, 일부에서 신장기능 악화, 황달, 간기능 악화 등이 진행해 사망하기도 한다. 조기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렙토스피라증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쥐들이 많은 습한 토양이나 물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습한 탄광이나 논에서 일하는 사람, 낚시꾼, 군인 등에서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가을철 추수 시기와 맞물려 렙토스피라증이 유행하므로, 추석 연휴 벌초나 성묘를 가서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토양과 고여 있는 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한다. 부득이하게 논에서 일손을 거들어야 할 때는 균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 신증후성 출혈열 
신증후성 출혈열은 9~11월에 유행하는 가을철 감염병이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있던 바이러스가 오줌을 통해 배출된 다음,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다양한 중증도의 질병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으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안구통 그리고 결막충혈이 관찰된다. 겨드랑이나 입천장에서 점상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열기, 저혈압기를 거치면 소변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핍뇨기, 소변량이 증가하는 이뇨기의 경과를 겪는다. 현재까지 신증후성 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없어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를 한다. 

신증후성 출혈열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손발을 자주 씻는 것이다. 야생 설치류는 가급적 만지지 않는 것이 좋은데, 만약 설취류와 접촉했을 때는 손 씻기를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