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심장에서 만들어진 피떡, “노인의 뇌를 막는다”

pulmaemi 2019. 8. 28. 13:51
심방세동, 노년층 뇌졸중 발병 주요 요인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 정확히 파악해야

[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 

어느 날 아침, 80대 남성 이 모 씨는 말을 하려는데 말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오른쪽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놀란 이 씨와 가족은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 이 씨는 심장 부정맥에 의한 뇌경색이었다. 평소 운동도 자주 하고 증상도 없어 나이에 비해 건강에 자신 있던 이 씨는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공포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80세 이상 노인 심방세동환자, 5년간 2배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심방세동(질병코드 I48)으로 진료를 받은 80대 이상 노인환자는 2014년 20,208명에서 2018년 39,896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 발표한 뇌졸중 역학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에게 심방세동은 뇌졸중의 주요 요인이다. 이에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진은선 교수는 “심방세동때문에 심방 안에 혈액이 정체되면 혈전이 발생한다. 심장에서 나간 혈액은 대동맥을 타고 가장 먼저 머리로 올라가는데, 여기로 혈전이 날아가 뇌혈관을 막는 뇌경색·뇌졸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무증상성 심방세동도 뇌졸중 위험 증가시켜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은 항상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아도 그 검사에서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심방세동이라고 방치해서는 안된다. 2,580명의 부정맥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무증상성 심방세동이 원인불명의 뇌졸중(cryptogeic stroke)의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연관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터 심전도 검사 통해 정확한 진단 필요 

심전도 검사는 부정맥을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단 10초의 검사시간으로 부정맥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부정맥인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증상이 부정맥 증상인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부정맥 관련 검사로는 간단한 기계를 24시간 동안 몸에 부착해 하루 동안 발생하는 부정맥을 전부 기록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진은선 교수는 “검사를 하면서 음주, 운동 등 평소 부정맥이 유발되던 상황을 재연해보는 것이 검사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1~2일간 기록하는 홀터검사로도 진단되지 않으면, 새끼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작은 기계를 몸에 간단히 삽입해두고 심전도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방법도 있다.

▲약물치료가 우선,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으면 시술해야

증상이 있는 발작성 심방세동에 대해서는 맥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는 항부정맥 약물치료를 하고, 약물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시술을 진행한다. 심장에 전극을 넣고 심방세동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고주파 에너지로 지져 없애는 고주파 도자절제술은 여전히 심방세동의 시술적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며, 최근에는 냉동에너지를 적용한 풍선을 이용한 절제술도 행해지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레이저를 이용한 풍선 절제술 등이 개발되는 등, 심방세동의 시술적 치료 방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부정맥으로 인한 뇌졸중, 예방 위해서는 진단부터 잘해야

평소 건강검진에서 정상이었다고 온몸의 기능이 다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벌렁 거리거나 왠지 모를 불안감, 운동 시 호흡곤란, 순간적으로 어지러운 증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심장내과 전문의를 만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심방세동으로 진단이 되면 치료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치료를 위해 첫 번째로, 확실한 유발 요인이 있으면 없애야 한다. 음주에 의해 발생하는 심방세동을 가진 환자는, 금주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의료진의 치료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다. 동반된 심장 질환이 있는지 심장초음파 등 추가 검사가 필요하며 상황에 맞는 약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술 피하고 와파린 복용시에는 콩·푸른잎 채소 등 과식 주의 필요

심방세동을 예방하는 음식이나 운동은 없다. 다만 대표적으로 심방세동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음식, 치료 중 조심해야 할 것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으로 피해야 하는 음식은 '술'이다. 특히 한 번에 많이 마시는 폭음이 매우 안 좋으므로, 폭음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심방세동때문에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콩 음식, 푸른 잎채소 등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와파린의 약 효과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일상적인 식사에서 먹는 정도는 괜찮지만, 갑자기 청국장이나 녹즙 같은 것을 매일 먹기 시작하면 해로울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 와파린 대신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항응고제는 이러한 식품과의 상호작용이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적으로 무거운 역기를 드는 등 흉곽에 무리한 힘을 주는 운동은 부정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혈관계 건강을 위해서는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가볍게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걷는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된다. 부정맥 자체만 두고 보면 운동으로 부정맥이 예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심장 건강에 도움 되니 틈틈이 운동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메디컬투데이 지용준 기자(yjun8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