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박제성 기자]
흡연을 많이 하는 사람만 폐암에 잘 걸리는 줄 알았는데 이젠 편견을 깨고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폐암에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폐암학회가 중앙암등록본부와 함께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전국 52개 병원에 등록된 폐암 환자 2만1960명 중 2621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대상 폐암 역학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보통 폐암은 흡연을 많이 한다던지 공기가 안 좋은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 발생확률이 올라간다고 전해지는데 의외로 여성 폐암 환자의 경우 10명 중 9명은 흡연 경험이 없어 여성 폐암 예방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폐암 국가 통계는 폐암 환자의 성별, 나이, 5년 생존율 정도만 발표됐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 환자의 흡연력, 성별에 따른 특징‧증상‧치료 행태‧병기별·치료별 생존율 등의 내용이 담겨 한국 폐암 환자의 전반적인 특징을 볼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주요 특징으로는 폐암 환자 중 한 번도 흡연을 하지 않은 환자가 무려 36.4%나 됐다. 이는 10명 중 3~4명이 평생 흡연을 하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린 것이다.
특히 흡연력이 없는 경우는 남성 폐암 환자는 16%, 여성은 87.5%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폐암 환자의 흔한 증상은 기침(35.4%) 가래(21.6%), 호흡곤란(20.4%), 통증(19.7%)이었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무려 13.8%였다.
또한 남성 폐암은 흡연으로 인해 여성 폐암보다 예후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남성 폐암 환자는 선암이 많은 여성 폐암 환자보다 생존율이 낮다. 평균 생존기간을 보면 남성 19.5개월, 여성 28.7개월로 여성이 더 오래 산다.
담배를 많이 핀 사람은 폐암 종류 중에서 편평상피세포암, 소세포암이 많고, 담배를 안 핀 사람은 주로 선암이 많다. 소세포암 등은 악성도가 높고 급속히 성장하며 전이가 잘 되지만 선암은 천천히 자라 증상이 거의 없고 좋은 표적치료제도 있어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또한 여성 폐암 환자는 남성 환자에 비해 'EGFR'이라는 종양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견이 많이 된다.(4기 환자 기준 여성 51.2%, 남성 26.6%),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이를 타깃으로 한 약이 있어 치료가 더 잘 된다. 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8개월로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8개월)에 비해 길다.
대부분의 폐암 환자의 절반은 4기 진단을 받는다. 늦게 발견하다보니 수술은 37.6%의 환자만 받았고, 방사선 치료는 8.3%, 방사선·항암 병합치료(CCRT)는 4.2% 받았다.
대부분의 암은 결국 수술을 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데, 환자의 절반이 4기에 발견돼 수술을 받지 못해 폐암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폐암이 조기 발견이 안되는 이유에 대해 최창민 교수는 "적절한 검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최창민 교수는 "비흡연자라도 50대 이상이라면 저선량 CT검사를 한 번 정도 찍어보는 것을 권고한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흡연을 안 해도 폐암에 걸릴 수 있는 취약한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세 먼지나 환풍 시설이 없는 곳에서의 조리 등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제성 기자(do84053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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