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중금속은 공장 등 특수환경서 노출된다?…생활환경 곳곳에 존재

pulmaemi 2018. 6. 5. 13:52

[메디컬투데이 곽경민 기자] 

중금속은 공장처럼 특수한 환경에서 노출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중금속은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일상에 존재한다. 오염된 땅에서 재배된 음식, 흡연, 화장품, 세제, 염색 약 등의 화학 제품, 환경(미세먼지, 황사) 등에 의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중금속에 중독될 수 있다. 한번 몸 속에 들어온 중금속은 쉽게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우리의 면역체계를 무너트리며 갖은 질환을 야기하는 중금속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금속이란 비중 4 이상의 무거운 금속으로 카드뮴, 납, 수은 등이 대표적이다. 카드뮴은 주로 흡입 및 음식 섭취를 통해 흡수되며 주로 신장에 축적된다. 카드뮴은 하루 체내 축적되는 양 중에서 0.01~0.02%만이 배출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축적량이 증가하게 되며, 이렇게 몸 속에 축적된 카드뮴은 뼈의 주성분인 칼슘대사에 장애를 일으키는데, 1950~1960년대 일본에서는 카드뮴 중독으로 인해 골다공증 및 골연화증인 ‘이타이이타이 병’이 발생됨이 처음 알려졌다. 카드뮴은 또한 만성 신질환,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납은 중추신경계, 신장, 심혈관계, 생식기관 및 혈액학적 체계를 손상시켜 빈혈, 신장 기능 장애, 고혈압, 식욕 부진, 근육 통증, 변비, 지능 발달 지연 등의 납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혈중 납 농도가 10 ㎍/dL 미만인 경우에도 아이큐(IQ) 감소 및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의 신경 증상 발생이 가능하다.  

수은은 증기형태로 흡입되어 중독되기 쉬우며 급성 증상으로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만성 독성 증상으로는 치은염, 신경 손상, 인지 및 행동 장애, 특히 과민성, 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메틸 수은의 경우 주로 중추 신경계에 손상을 일으켜 운동 장애, 청력 및 시력 손상, 마비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낮은 수준의 메틸 수은이라 할지라도 태아에 노출되면 정신 지체, 운동 실조증, 뇌성 마비를 포함한 발달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산모, 아이에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중금속은 직업이나 환경, 음식 등 다양한 경로로 체내에 유입된다. 그 중 흡연은 위의 카드뮴, 납, 수은 등을 한꺼번에 흡입하게 되는 대표적인 노출원이다. 담배연기에는 약 4000여종류의 독성, 유해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금속도 이에 포함된다. 

담배 한 개비에는 1~2 ㎍의 카드뮴이 들어있는데 흡연을 하게 되면 1000~3000 ppb의 카드뮴이 연기와 함께 발생한다. 이 중 40~60%가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잦은 흡연은 중금속 중독을 야기하기 쉽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0년~2015년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카드뮴 23%, 납 30%. 수은 43%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GC녹십자 의료재단 김세림 전문의는 ”흡연, 가공식품, 환경오염 등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 곳곳에는 중금속이 숨어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중독될 위험이 있다”며 “당장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중금속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장기와 뼈에 축적이 되면 만성질환이나 사망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로까지 질병이 전파될 수 있으므로 중금속에 대한 경각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초기 중독 증상은 비특이적이라 간과해 넘기기 쉽다. 하지만 중금속 중독은 서서히 공격해오는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로 내 몸 속 중금속 노출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금속으로 인한 징후와 증상은 중금속의 특성, 노출된 형태, 양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동일한 중금속에 노출됐어도 노출이 지속된 기간이나 노출 경로, 연령, 성별, 식이습관, 가족력 등의 영향을 받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중금속 검사는 보통 신경병증, 비강, 후두부 염증, 피부질환, 호흡기 질환, 지적 지능의 변화 등의 증상은 있지만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경우에 시행한다. 또 중금속에 노출될 위험 인자가 있는 직업, 생활 환경을 가지고 있거나 미네랄 과다결핍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검사는 전혈, 혈청, 소변 또는 모발을 통해 진행된다.

중금속 검사와 병행되는 검사로는 미네랄 검사가 있다. 미네랄은 체내에서 중금속의 흡수와 경쟁함으로써 중금속이 축적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검사 방법으로는 중금속 검사와 동일한 검체가 이용되는데, 대개 혈중 중금속 및 미네랄 검사는 현재의 신체 상태를 반영하고 모발 검사는 최근 수개월 간의 중금속 노출과 미네랄 섭취를 평가한다는 차이가 있다.  

김세림 전문의는 “중금속의 흡수를 예방하고 배출을 도우려면 미네랄의 수치와 중금속 축적 농도를 모두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금속 및 미네랄검사로 몸의 영양 패턴과 기능적 상태를 파악하고 혈중 농도 모니터링과 섭취조절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이 노출되는 경로는 음식, 음용수, 흡연 등 일상생활 속이다. 이는 모든 곳에 위험이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일상에 변화를 주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오염되지 않은 식품을 선택하고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피하며 미네랄을 섭취해주는 등의 실천을 한다면 내 몸 속 중금속의 독성을 낮출 수 있다. 

중금속 해독에 좋은 음식으로는 해조류, 마늘, 녹차, 미나리, 브로콜리, 시금치 등이 있다. 미역과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에는 끈끈한 섬유질인 알긴산이 들어있는데 이는 체내 유해물질을 흡착해 배설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마늘 역시 알리신 성분이 풍부해 중금속이 몸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녹차는 타닌 성분이 풍부해 중금속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고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미나리는 신진대사를 촉진해 혈액을 맑게 하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한 브로콜리와 구리, 망간, 엽록소 클로로필이 함유된 시금치도 각종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므로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인체가 가지고 있는 자정능력을 최대한 이용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은 땀을 통해 유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는데 특히 수은은 피부와 땀으로 배출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꾸준한 유산소 운동으로 피지샘을 자극해 땀을 흘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사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중금속 배출이 수월해지는 것은 물론, 독소창고인 지방을 줄이는 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세림 전문의는 “중금속 검사를 통해 나의 건강상태를 확인했다면 어떤 환경과 행동이 중금속 중독을 유발하는지 인지해 개선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중금속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영양섭취와 바른 습관 등을 통해 몸의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곽경민 기자(augus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