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가열담배도 ‘중독’ 된다”

pulmaemi 2018. 5. 24. 14:16

[메디컬투데이 박승탁 기자] 

“가열담배는 ‘또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는다. 니코틴 중독은 가열담배가 아니라 금연치료로 해야 한다” 


한국정신중독의학회는 오는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가열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첫 선을 보이기 시작한 가열담배가 기존 담배에 비해 혐오냄새나 유해물질이 적다는 이유로 가열담배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가열담배가 흡연이 아니거나 금연의 목적으로 피워도 된다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열담배의 중독성과 유해성에 대해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존의 담배와 가열담배의 니코틴 농도가 거의 비슷하며(Bekki et al, 2017), 간접 흡연을 통해 흡입되는 가열담배에 의한 에어로졸의 니코틴 농도도 기존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도 나온 바 있다(Farsalinos et al, 2017).  

또, 일부 가열담배의 경우 비인두암과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는 74%로 기존 담배의 함량과 큰 차이가 없는 결과가 나왔으나, 살충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아세나프텐이 기존 담배보다 3배나 더 많은 양을 포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주목받고 있다(Auer et al, 2017). 

한국정신중독의학회 노성원 학술이사(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위험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의학적 효과가 검증된 금연치료 뿐이다”라며 “흡연이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은 가열담배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보다 확실하고 정확하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금연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못 알려진 가열담배에 대한 진실 5가지’도 짚어본다.

◇ 가열담배(heated tobacco products)란 무엇인가?

가열담배는 기존의 담배(궐련)가 담뱃잎을 800-850도의 온도에서 불완전 연소시키는 것과 달리 연소되지 않을 정도의 열을 배터리로 발생시켜 에어로졸(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입자)의 형태로 니코틴을 흡입하는 제품이다. 

2014년에 필립 모리스(Philip Morris International)가 일본에서 ‘아이코스(IQOS)’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7년 6월 국내에 시판됐다. 이후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ritish-American Tobacco)가 ‘글로(Glo)’, KT&G에서 ‘릴(lil)’을 출시하며 기존 담배에서 가열담배로 바꾸거나 기존 담배와 혼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담배시장에서 가열담배의 비중이 2017년 12월 6.1%에서 2018년 1월 9.1%로 증가되었다고 밝혔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판매가 지속된다면 향후 더욱 가파른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나오고 있다(Euromonitor Research, 2015; Herzon et al,, 2016). 

◇ 가열담배는 전자담배인가요? 
우리나라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전자장치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궐련형 전자담배’라 칭하고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액체를 사용하는 반면 가열담배는 담뱃잎을 직접적으로 가열하는 방식이므로 명백히 다른 제품이다. 위험도 측면에서는 가열담배가 전자담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담배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McNeill et al, 2013). 

◇ 가열담배가 안전한가요? 
담배회사에서는 가열담배가 기존담배에 비해 혐오냄새가 적고 유해물질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광고를 하고 있지만, 정작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위험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가열담배가 우세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담배회사로부터 독립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아이코스(IQOS)의 경우 비인두암과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는 기존담배 함량과 큰 차이가 없는 74%를, 살충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아세나프텐(acenaphthene)은 심지어 기존 담배보다 3배가 더 많은 양을 포함하고 있다(Auer et al, 2017). 따라서 좀 더 정밀하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가열담배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 가열담배도 중독되나요? 
니코틴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드는 담배중독(담배사용장애)의 주된 원인이다. 담배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담배와 가열담배의 니코틴 농도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Bekki et al, 2017). 

또한, 간접흡연을 통해 흡입되는 가열담배에 의한 에어로졸의 니코틴 농도도 기존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Farsalinos et al, 2017). 따라서 가열담배도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가열담배를 금연목적으로 피워도 되나요?
가열담배가 금연에 효과가 있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가열담배보다 앞서 출시된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도 아직 체계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제한된 근거로는 결론에 이를 수 없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WHO, 2014). 

게다가 전자담배를 ‘첫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이 비흡연 청소년보다 이후에 기존의 담배를 피울 위험이 약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Leventhal et al, 2015), 다양한 연령대와 흡연상태를 반영한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자담배와 가열담배를 흡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금연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메디컬투데이 박승탁 기자(bamtol08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