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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이 녹내장 부른다…초기 자각증상 없어 정기검진 중요

pulmaemi 2018. 5. 3. 13:06
백내장 악화시 수정체 팽대로 폐쇄각 녹내장 위험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 

백내장과 녹내장. 이 질환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대표적인 안과질환들이다. 실제 백내장수술은 국내에서 시행되는 모든 수술 가운데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녹내장은 성인 3대 실명 원인질환 중 하나이다.

백내장과 녹내장은 질환의 명칭이 비슷해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지만, 발병기전이나경과, 치료방법 등이 완전히 다른 질환이다. 하지만 일부 경우에서 백내장이 진행됨에 따라 합병녹내장이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

백내장은 카메라의 렌즈가 뿌옇게 되면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이다. 안개가 낀 듯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시력도 점차 저하된다. 주로 50세 이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대표적인 노인성 안질환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의 손상으로 시야결손이 생기며, 점차 시력이 저하될 수 있는 질환이다. 발병원인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시행한다. 시신경은 한 번 손상이 되면 현재로서는 회복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고, 진행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이다.

백내장과 녹내장의 공통점은 둘 다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초기 자각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백내장 초기에는 시력저하를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눈이 침침해진 느낌이 들거나, 시야가 뿌옇고 답답한 느낌, 안경이나 돋보기를 껴도 잘 보이지 않고 사물이 겹쳐 보이는 등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녹내장 역시 이차성 녹내장, 혹은 급성녹내장(원발폐쇄각녹내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녹내장은 대체로 서서히 진행하여 말기에 이를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기에 이를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백내장은 초기에는 주로 수술이 아닌 약물 점안으로 진행을 늦추고, 진행상태를 보며 수술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일정수준으로 시력이 저하되고,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정도가 되면 맑은 시야를 회복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백내장수술은 사전 검사와 상담을 통해 수술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백내장의 진행 상태, 시력의 정도, 환자의 생활패턴 등을 고려한다. 

대부분의 백내장은 녹내장을 유발하지 않지만, 일부 백내장은 급성 녹내장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눈 속에는 눈 형태를 적당한 형태로 유지시켜 주고, 안압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면서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각막과 홍채 및 수정체 사이의 '전방(前房)'이라는 공간 내에서 계속 순환한다. 그런데 일부 백내장 환자에서 백내장이 진행됨에 따라 수정체 부피가 늘어나면서 안구 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수정체 앞에 위치한 홍채를 밀어내면서 홍채에 의해 방수를 배출하는 방수 유출로가 막히면서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정체 팽대로 인한 이차성 녹내장은 안구 내 공간이 상대적으로 비좁은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변화이므로 안축장(안구 길이)이 짧을수록 발생하기 쉬운데,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전방이 좁아 수정체 유발 폐쇄각녹내장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백내장이 심해져 수정체가 앞뒤로 두꺼워지면 전방을 좁게 만들어 이차적으로 급성폐쇄각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녹내장이 발생하면 갑작스러운 안구통증과 시력저하가 생기며, 한번 발작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시신경이 많이 손상될 수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백내장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 두통이나 편두통, 또는 오심이나 구토 등의 소화장애 증상이 있는 50~60대 백내장 환자는 급성 녹내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김미진교수는 “백내장과 녹내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매우 크지만, 일부 백내장이 녹내장 발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두 질환 모두 초기 자각증상이 없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늦어도 40대부터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눈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동주 기자(ed30109@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