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어지럼증은 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드물 정도로 흔한 증상이지만 과거에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지럼증을 방치하면 증상이 만성화되므로 조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신경과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관련 진료과 전문의들이 증상 중심으로 어지럼증 환자를 치료하는 ‘어지럼증 센터’가 생길만큼 그 심각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실 어지럼증에도 종류가 다양하며,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부터 몸이 붕 뜨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까지 증상 및 원인질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체위성 어지럼증이란 자세를 바꾸거나 머리의 위치가 변화할 때 발생하는 어지럼증을 뜻하며, 동반되는 안진을 관찰해 그 원인을 진단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속칭 이석증(이석기관에 있어야 할 돌 부스러기가 반고리관에 유입돼 환자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돌이 움직이면서 어지럼증을 불러일으키는 질환)이라고 불리는 ‘양성돌발두위현훈’이 체위성 어지럼증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졸중, 뇌종양 등 치명적인 뇌질환 또한 체위성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비교적 치료가 용이한 이석증과는 달리 뇌질환에 의한 체위성 어지럼증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는 경우 사망까지 초래할만큼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최정윤, 김지수 교수팀(신경과)은 뇌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중추성 체위 어지럼증과 안진(눈떨림)의 양상을 이석증 환자와 비교분석하여 그 특징을 규명하고, 발생 기전까지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사실 뇌질환에 의해서도 체위성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학계에 알려졌으나, 이석증에 의한 체위성 어지럼증과의 감별법과 발생기전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최정윤, 김지수 교수팀은 지난 2013년부터 국내외 신경과학자들과 문제인식을 공유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이석증과 대비되는 뇌 질환에 의해 유발된 체위성 어지럼증 및 안진의 특징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말초평형기관과 뇌의 기능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뇌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 및 안진을 시뮬레이션하여 발생 기전을 제시해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체위성 어지럼증 및 안진은 주로 소뇌의 가운데 결절부위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고 밝혀졌다. 이 부위는 지구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인 중력의 방향을 예측하는 역할을 하는데,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에 의해 이러한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자세를 바꿀 때마다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지수 교수는 “뇌질환과 이석증에 의한 체위성 어지럼증 및 안진은 매우 유사하여 둘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뇌질환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라며,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뇌 병변에 의한 체위성 어지럼증 및 안진을 정확하게 진단하는데 임상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제시한 발생기전은 뇌 질환의 후유증으로 지속되는 중추성 어지럼증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중추성 어지럼증 극복을 위한 향후 연구의 단초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신경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뇌(Brain)’ 2018년 3월호에 정식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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