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현대인의 부족한 ‘잠’, 몰아자다 ‘탈’난다

pulmaemi 2009. 7. 6. 07:11

"수면시간보다 수면의 질이 ‘중요"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주부 안모(34)씨는 “주말만 되면 남편이 아이들과 놀아줄 생각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시체처럼 잠만 자서 스트레스 받는다”며 “평일에 잠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하지만 혹시 저러다 건강에 이상이 오진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직장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정모(28)씨는 늘 부족한 잠 때문에 애를 먹는다.

정씨는 “주말마다 부족한 잠을 몰아서 거의 하루 종일 누워있는 편인데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때론 더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잠은 인간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지만 최근 황금 같은 휴일을 잠으로 보내는 현대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현대인의 30%정도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며 그 중에 3~5%는 만성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며 “직장인들은 늦게 자고 주말에 몰아서 자는 등의 불규칙한 수면습관이 있는데 이것은 수면각성주기를 깨뜨려 건강한 삶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 몰아서 자는 잠, 건강 적신호?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회식 등으로 지친 직장인들은 잠시 눈만 부치면 바로 잠이 들 정도로 수면 부족 상태가 심각하다.

현대인의 불규칙한 수면은 과연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람은 호르몬의 분배와 기억력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속속 보고되고 있다.

그 중 UCLA 데니스 맥긴티 교수는 평소의 수면 부족을 나중에 몰아서 자는 '보충 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맥긴티 교수는 "무호흡이든 노화든 어떤 이유로 수면을 방해받았을 경우 정보의 기억이 시작되는 해마 부위의 뇌세포 생성이 억제돼 기억력이 떨어진다"며 "이번 실험에서는 수면을 지속적으로 방해받았을 경우 수면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한동안 뇌 활동을 방해받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 중 무호흡증 등을 치료하고 평소 방해받지 않고 적절한 수면을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하버드대 스틱골드 박사도 "주중에는 늦게까지 깨어 있다가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것은 뇌 활동 뿐 아니라 건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현대인의 불규칙적인 수면은 기억력 뿐 아니라 정신적·신체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수면센터 김광훈 원장은 “잠을 몰아서 자면 다시 일요일 밤에 불면을 초래해 불규칙한 생활이 반복되며 불면증, 일주기수면장애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수면은 신체적으로 낮 동안 손상 된 피부, 근육 기능, 세포재생 및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고 정신적으로는 낮 동안의 기억력 저장, 스트레스 정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깨어진 수면리듬은 만성피로, 우울, 짜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숙면’ 취하는 건강한 습관

만약 잠을 못 잔 경우 다소의 휴식이나 약물, 음식물 섭취로 어느 정도 피로를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며 수면 부족에서 오는 피로회복제는 오직 ‘수면’ 뿐이다.

부족한 수면의 빚을 갚지 않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전문의들은 주말에 낮잠을 최대한 줄여 밤에 숙면을 취하고 가벼운 등산이나 운동으로 근육을 이완시키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한 방법으로 먼저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고 아침에 30분씩 산책하는 등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낮잠은 15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코모키수면센터 신홍범 원장은 “외출이 적은 직장인 일수록 아침에 30분 이상 산책을 하면 멜라토닌 호르몬 영향으로 숙면을 취할 있고 자기 전 우유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도 멜라토닌의 원료가 되는 트립토판성분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조언했다.

또 숙면을 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정규인 교수는 “중요한 것은 시간보다 질인데 일주기 리듬에 따르는 호르몬 분비와 일치하는 시간대에 수면을 취해야 양질의 수면을 할 수 있다”며 “적정온도는 18~20℃로 베개 높이는 6~8cm정도 돼야 목이 뒤로 젖혀져 기도가 최대한 열려 편안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수면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지만 숙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면 무호흡증이나 내과적 문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엘리 기자 (elle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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