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골라 투사하는 ‘방사선 암 치료기’ 개발 성공…정밀 치료 가능

pulmaemi 2017. 11. 30. 13:40
방사선 발생장치의 구동 주파수 기존 대비 3배 이상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투사하는 방사선 암 치료기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로봇그룹 박상덕 수석연구원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투사해 정상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사선 암 치료기 개발에 성공,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28일 밝혔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는 암 뿐 아니라 구토, 탈모, 피로감, 적·백혈구 감소 등의 부작용과도 싸워야 한다. 

반면 방사선 치료법의 경우 통증이 없고 통원치료가 가능해 이용률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값비싼 수입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까지 방사선에 노출되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환자가 호흡할 때마다 종양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추적하기 어려워 실제 종양 크기보다 넓은 범위에 여러 번 약한 방사선을 쏘는 방식으로 치료해왔다.  

이에 연구팀은 종양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4D영상 종양 추적시스템과 X-Band급 선형가속기에 기반 한 고성능 방사선 발생장치를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이 기술들을 결합한 방사선 암 치료기를 개발했다. 

X-Band는 IEEE에서 설정한 주파수 대역으로, 파장이 짧고 주파수가 높아 근거리 물체를 선명하게 탐지할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지원하는 창의형융합연구사업(CAP)으로 추진된 이번 연구는 생기원이 총괄 주관을 맡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가톨릭대학교, 쎄크로 구성된 산학연 연구팀이 5년간의 융합연구 끝에 성과를 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3차원 영상에 ‘시간’ 변수를 합쳐 호흡에 따라 변하는 종양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4D영상 종양 추적시스템 개발을 맡았다. 

이를 통해 치료의 정밀도는 높이고, 종양주변 정상조직에 투사되는 방사선 피폭 양은 크게 줄였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X-Band급 선형가속기 기반 고성능 방사선 발생장치는 기존 대비 구동 주파수를 3배 이상 높여 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특히 X-Band급 선형가속기를 사용해 방사선 암 치료기의 크기와 무게를 줄임으로써 평균 1.5미터의 두께가 요구되는 방사선 치료 실 설치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는 환자의 방사선량을 예측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계획 시스템을 개발해 치료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여기에 쎄크가 방사선 발생장치 요소 부품 X-ray Target과 E-Beam Window를 개발해 융합연구 성과를 내게 됐다. 

한편 이 기술이 실용화 될 경우 보다 정밀하고 빠른 치료로 환자의 고통을 덜 수 있는데다 미국, 독일, 스웨덴 기업이 독점 공급해 온 방사선 암 치료기를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된다.  

수입품의 약 70% 가격으로 제작·공급 가능해 15년 기준, 6조 3천억 원 규모의 세계 방사선 치료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개발을 이끈 박상덕 수석연구원은 “암 환자의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사선 암 치료기 국산화가 시급하다”고 말하며 “실용화되면 막대한 중국시장 등을 공략해 세계 방사선 치료기 시장의 1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재륜 기자(newroo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