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청년 건강

한국 고등학생 ‘감정 기복 심하다’

pulmaemi 2009. 6. 18. 07:20

고등학생 양극성장애 전체 유병률 보다 2배 이상 높아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보고

 

 우리나라 고등학생 5.2%에서 양극성장애(조울병)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이사장 박원명)가 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1~2학년 2000명을 대상으로 선별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 중 104명(5.2%)에서 양극성장애가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보현 국립나주병원 과장을 연구책임자로 한 이번 조사는 국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초의 양극성장애 유병률 조사로, 전체 인구를 포함한 일반적인 경우에 양극성장애 유병률이 1~2.5%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이다.

 

 양극성장애는 과하게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가라앉는 ‘우울증’의 감정 상태가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질환으로, 일반인에게는 흔히 ‘조울병’으로 알려져 있다.

 

 박원명 이사장(가톨릭대 성모병원)은 “양극성장애는 주로 10대 후반에 발병하나 정확한 진단을 하기까지는 보통 발병 후 10년 정도가 걸린다”며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상담을 하고, 조기에 진단적 평가를 통해 치료 하는 것이 양극성장애 치료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양극성장애는 확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양극성장애의 우울 시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흔히 알려진 주요 우울증(단극성 우울증, 이하 우울증)과 거의 흡사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림대 성심병원 전덕인 교수팀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양극성장애 입원 환자 131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10명 중 2명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보고했으며, 가톨릭의대 박원명 교수팀이 한 연구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15.2%가 2년 뒤에 양극성장애로 진단이 바뀌었음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양극성장애 환자가 우울증으로 진단 받아 항우울제 등으로 치료를 받게 될 경우, 급성 조증 등 질환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발병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양극성장애는 감정 기복이 심해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이 더 높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울증 환자 자살률이 5~10%인 데 반해, 양극성장애 환자의 자살율은 15%에 이른다. 일반인 자살률 보다는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양극성장애 치료의 기본은 약물 치료이지만, 청소년기 양극성장애 환자에는 가족 및 주위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극성장애를 기분 변화, 청소년기의 반항 정도로만 생각하면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명 이사장은 “청소년기 양극성장애 치료의 핵심은 주위의 관심으로 부모들은 청소년기 자녀의 기분 상태 및 감정 변화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감정의 변화가 심하다고 느껴지면 정신과 전문의 상담과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좋고 이때는 부모도 같이 상담을 받는 것이 효과적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지난 5월25~30일을 ‘2009 조울병 인지 주간’으로 선포하고 조울병 인지 주간에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전국 49개 병원 및 정신보건센터에서 양극성장애에 대한 무료 강좌 및 진단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6월 한 달 동안 TBS 라디오를 통한 대국민 교육 프로그램을 전개하는 한편, 양극성장애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들이 직접 제작한 진단 비디오도 선보일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sogo2d@bo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