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신현정 기자]
삼성전자 LCD공장(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근로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모(3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02년 11월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 입사했다. 만 4년3개월 간 LCD 모듈 검사과에서 판넬 화질 검사원으로 근무한 이씨는 손과 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증세가 나타나자 2007년 2월 퇴사했다.
그러나 퇴사 후에도 마비 증세가 계속됐고 오른쪽 시력까지 잃었으며, 퇴사 이듬해 6월 희귀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발성 경화증이 국내의 경우 10만명당 3.5명 정도만 걸리는 희귀질환으로 발병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근무 당시 전자파와 유해물질에 노출돼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됐거나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씨는 입사 전 건강 이상이나 가족력 등이 없었는데도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 다발성 경화증 평균 발병연령 38세보다 훨씬 이른 21세 무렵 병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 다양한 사정이 다수 중첩될 경우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노동청이 해당 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해 이씨가 유해물질의 종류나 노출정도로 증명하는 것이 곤란해진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므로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디컬투데이 신현정 기자(choice0510@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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