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원치 않은 임신, 먹는 낙태약의 은밀한 거래

pulmaemi 2017. 8. 17. 13:12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수술 5% 뿐…나머지는 모두 불법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연간 낙태 수술은 약 17만건에 이른다. 원치 않은 임신. 이들 10명 중 6명은 ‘낙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피임과 낙태 정책에 대한 쟁점과 과제’ 보고서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16.8%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이들 중 60.9%는 낙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5% 정도에 불과할 뿐, 나머지는 모두 불법에 속한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일부 여성들은 ‘먹는 낙태약’을 은밀히 구해 복용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불법 유통되는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에 대한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인터넷 카페. 여기에는 미프진을 처방 받는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실제 처방 받은 병원명까지 거론하며 약을 복용 후 생긴 몸의 변화,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자연유산 진단을 받은 경험을 털어놨다.

또 다른 카페에는 미프진 판매 가격을 제시하며 개인 문의를 요구했다. 7주 이내 복용 시에는 9정을 복용하면 되고, 7~12주 이내에는 12정을 복용하라는 복약지도까지 친절히 알려주었다. 

미프진은 임신을 유지하는 호르몬을 억제하고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자궁에서 태아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약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의사 처방을 전체로 판매가 허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금지 품목이다. 

한편, 최근에는 임신중단 합법화를 촉구하는 익명의 여성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13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걷고싶은거리 인근에서 “내 자궁은 내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낙태 행위에 대한 처벌을 폐지함과 더불어 미프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였다.

모 산부인과 전문의는 “먹는 낙태약을 복용 후 자궁 내막 손상과 하혈을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