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정태은 기자]
회사원 한모(42세)씨는 직장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검사결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의사로부터 B·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지만 지방간이란 소견을 들었다.
초음파 결과 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되어 간이 조금 커진 상태로 과음·비만 등이 원인이므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중을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실 한 씨는 최근 1년 사이에 체중이 7kg 늘어, 키 170cm에 체중이 87Kg 정도로 고도비만에 가까웠다. 다행히 한씨는 의사의 조언대로 5개월 동안 테니스, 등산 등 운동량을 늘리고, 고지방식을 줄이는 등 식단을 조절했고, 체중이 75Kg까지 줄면서 간 기능 수치 역시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간 세포는 전체 무게의 2~5% 정도 지방을 포함하는데 그 이상으로 지방이 쌓여있는 경우 지방간이라고 한다.
현재 건강검진을 받은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약 30%, 성인 여성의 약 15%에서 지방간이 발견되는데 과거에 비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발병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지방간 자체를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질환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단순한 지방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방간염, 더 나아가 간경변, 간암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져 지방간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중요시되고 있다.
고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서연석 교수는 “지방간은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당장 심각한 질환도 아니라는 생각에 환자들이 쉽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지방간은 여러 가지 간 질환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적절히 관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눌 수 있으며 알코올성 지방간이 전체 지방간의 20%, 비알코올성이 80%를 차지한다.
알코올과 지방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간은 혈액을 통해 들어온 알코올의 90%를 처리한다. 그러나 간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의 알코올이 섭취되면 분해되지 못한 독성물질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간세포를 손상시키고 간에 필요이상의 지방을 축적시켜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고 심각할 경우 간염, 간경화, 간암까지 진행될 수 있다.
서 교수는 “소량일지라도 계속 음주를 하면 간에 해롭다. 1주일에 적어도 2~3일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간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며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에 해를 주지 않는 음주량은 하루 남자 소주 1/2병, 여자 소주 1/4병정도이다”고 말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대표적인 원인은 비만이다. 과다한 영양섭취로 과잉된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되어 몸속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간 역시 지방이 과다하게 쌓이고 지방간이 유발되는 것이다.
또한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비만이면서 당뇨병인 사람은 지방간이 되기 쉽다. 간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심부전증이나 빈혈 환자, 임신 말기에서 지방간이 나타나기도 한다. 농약이나 쥐약을 먹은 사람들에게 지방간이 나타나는 경우처럼 약물중독으로 인한 지방간도 있다.
서 교수는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비만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간에 저장된 지방이 세포로 가서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간에 쌓인 지방이 줄어드는데 피하지방에 쌓인 지방질이 간으로 이동하면 지방간이 해소되기 어렵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세포가 간의 지방을 더 많이 분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다른 간 질환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간혹 배의 오른쪽 갈비뼈 아래 부분에 불쾌감이 느껴지거나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구역질이나 전신피로,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가끔 있기도 한다.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돼 세포를 팽창시키고, 혈액과 림프 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간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만으로 지방간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고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여기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가 필수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지방간은 좋아질 수 있다. 금주와 함께 규칙적이고 균형이 잡힌 식사, 가벼운 운동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 치료를 위한 운동으로는 빨리 걷기, 고정식 자전거 타기, 야산 오르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게 좋다. 최대운동능력의 40% 강도로 시작하되, 운동시간은 30∼60분 정도가 적당하다. 지방간의 정도에 따라 주당 3∼4회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운동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피로할 때 하거나 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지쳐 있는 간에 격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간의 해독, 대사기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비만이 원인인 지방간의 치료법도 비슷하다. 체지방, 특히 내장의 지방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운동에 더 신경을 쓰는 게 좋은데 1시간 이상해야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식사의 양을 줄이고 고지방식을 삼가는 등 식사에 신경을 쓰면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도 함께 개선시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도 식이요법, 약물이나 인슐린 주사 등의 방법을 이용해 당뇨병을 잘 관리하면 간에 있는 지방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서 교수는 “지방간은 장기간 생활습관 개선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외래에 빠지거나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며 “하지만 간경변으로 진행되면 정상회복이 어려운 만큼 그 전에 적절한 관리를 통해 간을 건강한 상태로 돌리고 잘 관리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정태은 기자(uu1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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