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최근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4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버스는 앞차와 간격이 좁아짐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추돌하고 수십미터를 더 진행했다. 지난해에도 관광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졸음운전은 음주운전과 함께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운전자 400명을 대상으로 졸음운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주일간 10명 중 4명이 졸음운전을 경험했으며, 그 중 19%는 사고가 날 뻔한 ‘아차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운전시 운전자의 의식 상태는 수초에서 수십초동안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응을 전혀 하지 못하는 수면상태로 소위 미세수면 상태가 된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의 운전자가 10초 정도만 미세수면상태가 되더라도 약 280여 미터를 무의식중에 달리게 되는 것이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와 달리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회피반응이 없게 된다. 따라서 인명사고를 동반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치사률이 일반 교통사고의 2배나 된다. 최근 3년간(2012∼2014년) 고속도로 사고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사망자 942명의 10.8%인 102명이 졸음운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졸음운전 치사율은 16.1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사고 치사율 9.1명보다 약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심야인 새벽 2~6시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이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졸음운전의 제일 흔한 원인으로 피로누적 및 식곤증을 꼽았다. 피로 및 식곤증은 대부분 수면부족 혹은 수면장애에 기인한다.
평소 수면시간 보다 4시간 부족하면 혈중 알코올농도 0.04%에 버금가는 정도로 졸립고 수행력이 떨어지며, 한숨도 자지 않으면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9% 보다 2배 정도 수행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수면 부족은 음주보다도 더 심각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 불면증, 일주기리듬장애 및 기면증 등 다양한 수면 질환도 심한 주간졸림증을 초래할 수 있어 졸음운전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불면증이 있는 경우 1.78배, 수면무호흡 증이 있는 경우 2.09배, 기면증이 있는 경우 8.78배로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정기영 교수는 “졸음운전은 단순히 피로가 누적되어서가 아니라 수면 부족 혹은 동반된 수면 질환에 의해서 초래됨을 인식해야 하고,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거나 수면 질환을 적절히 치료받음으로써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설문조사 연구 보고 자료에 의하면, 운전 중 졸음 퇴치법으로 선호하는 것은 자가용 운전자의 경우에는 주로 환기를 하거나 음악·라디오를 청취한다고 답한 반면, 사업용 운전자는 주로 음료·커피 등을 마신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정 교수는 “수면 부족이나 수면 장애로 인한 졸음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가령,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아무리 많이 마셔도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지속적으로 운전을 하게 되면 결국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진다.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는 아무리 잠을 많이 자더라도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없으므로 역시 졸음운전으로 이어지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에서는 상업적 대형차량 운전자에 대해서 운전적성 검사에서 폐쇄성수면무호흡증후군이 있는 경우 부적격으로 간주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의사의 소견서가 없다면 운전을 할 수 없다. 영국에서는 수면무호흡증후군을 진단받을 경우 교통 당국에 신고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운전을 하다가 이 질환과 관련된 사고에 연루됐을 경우 1000파운드(한화 약 14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정 교수는 “졸음운전은 음주운전처럼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계몽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면서 “최첨단의 졸음운전 방지 시스템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나, 완전 자율주행차가 아닌 다음에야 결국 부족한 잠을 채워야 피로와 졸음이 해소가 됨을 교통당국과 운전자들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평소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고, 특히 장거리 운전전날에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졸리면 무조건 쉬고 잠을 자야 한다. 잠깐이라도 잠을 보충하는 것이 졸음운전 사고의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라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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