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중년여성 전유물이던 ‘화병’, 20-30대에서 크게 늘어

pulmaemi 2017. 4. 17. 15:39
취업·결혼·학업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

[메디컬투데이 최성수 기자] 

중년 여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화병이 20-30대 젊은 층에서 크게 증가했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분노 등이 청년 화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급작스럽게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 중인 이씨(31세/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막연한 미래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항상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화가 나는 상황에도 주로 참고 지나가자는 생각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도 자주 받았다.

마음속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감이 계속 쌓이고 더 이상 화를 억누를수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가족과도 불화가 계속되었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우울감에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울화병’ 즉 화병이 꽤 지속된 상태였다.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탓에 중년층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던 화병 발병연령이 젊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화병(질병코드:U222 화병(火病))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6년 사이에 53% 증가했다(1,867명->2,859명). 특히 20~30대 남성 발병률이 2011년 387명에서 2016년 84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층의 주요 발병원인은 취업, 결혼, 직장생활 등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20-30대 청년들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화병은 우선 침치료와 약물 치료를 통해 신체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치료를 통해 억누를 수 없는 화와 분노, 그리고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개선도 무척 중요하다. 

증상의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대화를 가지고 환경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참고 지내는 생활이 결코 병을 낫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초조하고 불안함을 안정시켜서 분노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된다.

김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최성수 기자(choiss@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