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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에 효과적인 ‘유전자 수술법’ 개발

pulmaemi 2017. 2. 28. 13:25
IBS-서울대병원, 유전자가위 눈에 주입하는 치료법 개발
▲ 노인성 황반변성 원인과 증상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전자가위를 눈에 주입해 실명을 유발하는 망막질환인 노인성 황반변성을 치료하고 실명을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유전자가위가 암이나 유전성 희귀질환에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도 효과적임을 증명한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김진수 단장(서울대 화학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를 눈에 직접 주입해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수술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하는 도구로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다.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특정 인자를 정확하게 교정해 병변을 제거하는 ‘유전자 수술’ 개념을 제시했다. 

유전자가위를 생체에 적용하는 방법은 2가지다. 생체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다시 몸 안으로 주입하는 방법과 살아있는 생체에 유전자가위를 직접 전달해 몸 안에서 교정하는 방법이 있다. 체내 유전자 교정의 경우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전체 실명의 5%를 차지하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안구 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가 병적으로 증가해 발생한다. 혈관이 없어야 할 황반에서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실명을 초래한다.  

기존의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법은 눈 안으로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중화시키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안구 내 주사를 주입해도 약효가 짧아 반복적인 투약이 불가피해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수술법은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 자체를 제거해 눈 전체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양을 반영구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유전자수술에 쓰인 2가지 방법 중 첫 번째는 유전자가위를 복합체 형태로 도입한 것이다. 유전자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RNA와 이를 절단하는 효소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에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든 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망막에 주입했다. 그 결과,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혈관내피성장인자의 과발현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동물모델에서 유전자 수술로 맥락막 내 신생혈관의 크기가 줄어드는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특히, 이 유전자가위는 망막 아래 주입되고 3일 내 유전자를 교정하고 사라지며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살아있는 세포에 유전자가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유전자를 교정한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CjCas9 기반의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는 신생혈관 억제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유리체강 내 치료제를 주입한 뒤,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레이저를 쏘여 신생혈관을 만들었다. 이 유전자가위는 혈관내피성장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면서 동시에 기존 항체 치료제로는 조절이 불가능했던 저산소유도인자-1a의 유전자도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저산소유도인자-1a는 병변이 진행될 때, 혈관내피성장인자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 연구는 비유전성 퇴행성 질환에서 병적으로 발현이 증가하는 유전자를 택해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종헌 기자(pyngmin@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