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09-01-23)
용산의 잔혹극은 절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비극은, 농성을 시작한 지 3시간 30분 만에 결정되고 단 한 차례만 반복된 해산 경고방송 후에, 전격적 실시된 그러나 치밀하게 짜여진 견찰의 냉혹, 잔인한 ‘작전’ 때문에 일어났다.
비극은 분명... ‘특공대’를 동원하여 퇴로를 차단한 채 위아래에서 동시에 공격하면,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참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이쁨 받을 만하다’는 것을 하루빨리 주인에게 보여주고자 안달한, 경찰의 개 같은 충성심에서 일어난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참사의 원인을 견찰의 과잉충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종류의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는 조짐들이 숱하게 감지되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용산의 참극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이명박이 서울시장이 된 후부터 지금까지의 일련의 사건들을 간단히 훑어보면 우리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매우 필연적인 사건이다.
1천 6백 명을 아래에 포진시킨 가운데 컨테이너를 동원한 ‘특공요원들’의 ‘작전’수행 모습을 동영상으로 본 사람들은 -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 순간 갸우뚱했을 것이다. ‘이거 뭐야...경찰이 철거민들을 테러리스트로 착각하는 거 아니야?...너무 심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이 곧바로 증명된다. 딴나라당 신지호라는 자가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철거민들은 "도심테러리스트"라고.
이 비극이 결코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쭉 있어온 사건들의 필연적 귀결이라는 사실을, 견찰의 ‘작전’ 상황과 신지호의 말의 일치로부터 우선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철거민쯤은, 자기들 말 듣지 않고 촛불을 드는 사람들은, 쉽게 테러리스트로 취급해버리는 김석기들과 신지호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절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거대한 욕망의 덩어리가, 지금까지 차근차근 밟아온 과정을,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약 3년만 더듬어 보면, 금방 찾아진다. 즉, 이번 참극은 서울이 물신화, 괴물화 되면서 일찌감치 예고된 사건이다.
용산의 비극은, 삽질/컨테이너/공구리 전문 이명박이 서울시장이 되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었다(예견했었어야 한다).
이명박과 그 뒤를 이은 오세훈이, 서울의 재개발과 뉴타운 광풍을 부추겼을 때, 이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은 더 높아졌다. 이명박이 ‘콘크리트 청계천, 불도저=갱제 대통령’라는 희한한 공식을 팔아, 대통령이 되었을 때, 그 개연성은 이제 필연적으로 되었다.
이명박들이 촛불과, 유모차, 풍선과 초딩들과 싸웠을 때, 국민들을 컨테이너 성벽을 쌓아 막아 세웠을 때, 용산의 사태는 확 가까워졌다.
이명박이 주제넘게도 “법치주의”를 외쳤을 때, 그 법을 지켜야 될 사람들이, 아랫것들에 모범을 보여야 할 G들이 아니라 만만한 촛불 국민들이라는 점을 이명박들이 새삼 강조했을 때, 사건은 바로 우리 발밑에 있었다.
갱제 살린답시고 지하벙커로 기어들어가, 전략적 군사기지인 성남공항을 반신불구로 만들면서까지 제2롯데월드를 ‘전격’ 허가했을 때, 참극은 바로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우리는 ‘미네르바’가 잡혔을 때, 국민들의 자유로운 글쓰기, 말하기를 막겠다는 의지를 이명박과 떡찰들이 몸소 보여줬을 때, 소통하지 않고 앞으로는 더 ‘학실하게’ 일방통행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우리는 용산의 망루가 오늘내일 중 불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어야 했다. 마침내, 용산의 비극이 터졌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서울인가.
수도 서울은, ‘대박’의 꿈과 ‘모두가 강남이고자 하는’ 광기에 사로잡혀, 어느 사이엔가 정치적인 요소로 존재하는 것을 멈추었다. 이제, 서울에서 정치는 기능하지 않는다. 한때 대표적 야도로 불렸으며 정치성이 매우 높고, 6.10 항쟁을 만들어낸 혁명의 도시 서울은, 이명박과 오세훈의 10여 년 동안 완전히 정치적 고자가 되어버렸다.
정치 대신, 서울을 지배하는 것은 뉴타운과 강남불패의 신화와 대규모 최첨단 주상복합 건물들이다. ‘새로운’ 서울은, 청계천이라는 콘크리트 신기루에서부터 시작되었고 현재는 열심히 ‘재개발’ 중이며, 나중의 그 클라이맥스는 555m짜리 제2롯데월드가 될 것이다.
시장선거와 대선과 총선에서 서울사람들은 오세훈처럼 우아한 수도 시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갱제대통령 이명박이 자기 재산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정몽준이 뉴타운을 유치해 줄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딴나라당을 맹렬히 찍어줬다. 서울은 거대한 수구들의 진지가 되었다. 노무현 시절, 서울사람들과 그들을 대표한 헌재는 서울이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관습”이라며 신행정수도에 격렬히 저항했다.
철거민들의 운명은, 서울이, 한때 자기들이 자랑했던 위대한 정치성을 불구로 만들고 헌재의 권위는 똥통으로 처박히는 수모까지 감수하면서, 수도의 ‘이권’을 지켜내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반쯤은 결정되어 있었다. 서울의 ‘대박의 꿈’과 ‘묻지마 몰표’는 과연 용산의 비극에 책임 없다 지신할 수 있는가!
서울 중에서도 왜 하필 용산인가.
용산은, 최근까지 이른바 재테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불렸던 곳이다. 그래서 용산이다. 용산은, 괴물 서울이, 그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마음껏 불사를 수 있는 마지막 땅이었다. 그래서 용산에서 그 비극이 발생했다.
꽤나 야성이 강했던 용산이 두 차례 연속 딴나라당 인물을 국회로 보냈을 때부터, 이명박과 오세훈을 시장으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화끈하게 보내줬을 때부터, 용산은 아마 강북의 강남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주상복합 빌딩과 최첨단 아파트로 대표되는 그 욕망은, 제2의 강남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가진 자들에게 더욱 많이 가지게 하고자 하는 그 욕망은, 오세훈이 시장으로 있을 때,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즉 그럴 수 있을 때, 많이 해먹어야 했다. 철거민과 같은, 돈이 안 되는 사람들은 치워져야 했다. 이것이 ‘작전’이 전격, 치밀, 냉혹, 잔인해진 이유가 아니던가.
지난 여름 촛불은, 이렇게 미쳐가는 서울에서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그래서 그 촛불은 그토록 위대했던 거다. 만약 이 서울에서, 오는 봄에, 다시 촛불이 들려지지 않는다면, 용산의 비극은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 초모룽마/seoprise.com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96286
'청량한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직해라. 국민 속이면 후회해도 늦는다. (0) | 2009.01.27 |
---|---|
국제엠네스티, "용산학살 책임자 처벌 요구" (0) | 2009.01.24 |
신지호 ‘용산참사는 자폭 테러’ 발언에 누리꾼들 격앙 (0) | 2009.01.23 |
다시 촛불든 ‘삼순이 아버지’ 맹봉학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0) | 2009.01.23 |
‘용산 참사’ 망루속 ‘비극의 5분간’ 무슨 일이? (0) | 2009.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