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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 주방에서 요리할 때 미세먼지 ‘매우나쁨’의 27배…“환기하세요”

pulmaemi 2016. 5. 23. 13:49

창문과 주방 환풍기로 동시 환기하면 15분 내로 90% 이상 저감


[메디컬투데이 권지원 기자]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미세먼지의 ‘매우나쁨’ 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등어 구이를 할 때 이 농도가 27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높아졌다.

환경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에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대한 저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실험주택 2곳, 공동주택 22곳, 단독주택 4곳, 다세대주택 4곳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밀폐된 실험주택의 주방에서 재료 종류별로 오염물질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 고등어 구이를 할 때 미세먼지(PM2.5) 농도가 2400㎍/㎥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미세먼지의 ‘매우나쁨’ 기준인 90㎍/㎥를 26.7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삼겹살도 1360㎍/㎥를 나타내며 15.1배를 초과했고, 계란 후라이(1130㎍/㎥) 12.6배, 볶음밥(183㎍/㎥) 2배 등이었다. 

최근 들어 국외 여러 연구논문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비흡연 여성들의 폐암 발병률 증가원인을 주방요리시 발생 오염물질로 언급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는 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 휘발성유기화합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블랙카본 등의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폼알데하이드는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로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시 두통, 구토,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산화질소(NO2)는 고농도에 장기간 노출 시 폐렴,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일산화탄소(CO)는 폐로 들어가면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의 보급을 저해한다. 

또한 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연소해서 생기는 그을음을 말하는 것으로 호흡기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요리 후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는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하면 15분 내로 평상시 수준의 농도로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높은 구이, 튀김 요리는 환기 후 15분, 비교적 발생량이 낮은 볶음, 끓임 요리는 10분 내에 미세먼지 농도가 90% 이상 감소됐다.

환경부는 “주방에서 요리할 때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주방 환풍기(가스렌지 후드)를 작동하는 등 관리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에 수시로 주방 환풍기의 청결상태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환풍기를 작동시키고 창문을 함께 열어 자연환기를 병행하는 식으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환경부는 덧붙여 말했다. 

또한, 요리시에는 주방부터 거실까지 오염물질이 확산되므로 미세먼지 등에 민감한 노약자나 아이들은 방에서 문을 닫고 머무르게 하는 것이 좋다.

볶기, 구이 등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되는 요리를 할 때에는 요리기구의 뚜껑을 덮어야 한다. 가급적이면 조리시간을 짧게 하고 요리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요리가 끝난 후에도 창문을 바로 닫지 말고 30cm 정도 열어서 최소 15분 이상 자연환기를 해야 한다. 

또한, 요리기구와 재료를 치우지 않고 있으면 오염물질이 계속 방출되므로 가급적 빨리 정리하고, 바닥에 가라앉은 먼지가 다시 날리지 않도록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것이 좋다.  

류연기 환경부 생활환경과장은 “요리 중에는 미세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과 같이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구이, 튀김과 같은 요리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 요리를 할 경우에는 우선 주방 환풍기를 사용하여 환기하고, 요리 후에는 잠시 동안 창문을 열어 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메디컬투데이 권지원 기자(kkomadevil@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