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힘들어도 모든 것을 나란히 정리해야만 하는 그녀

pulmaemi 2015. 8. 19. 08:07

강박장애 심할 경우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 심각한 지장 줄 수 있어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 올해로 자취 9년차에 접어드는 직장인 권모(여·34)씨는 모든 것들을 나란히 정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옷장에는 블라우스, 치마가 색상별로 배열돼 있고 냉장고 속에는 음료수 병들이 일렬종대로 늘어서 용도별, 크기별로 진열돼 있다.

권씨는 가족들, 친구들의 질타에도 자신의 유별난 성격이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야 물건을 찾기도 쉽고 보기에도 좋기 때문인데 이런 끝없는 정리정돈이 가끔은 지치기도 하지만 물건들이 헝클어져 있는 건 더욱 참을 수 없다.

강박장애란 자신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특정한 생각이나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원하지 않는 생각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심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같은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은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두 가지 모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강박장애의 유병률은 0.05% 정도로 알려져 있고 정신과 환자의 1%를 차지한다고 한다. 보통 사춘기에서 성인 초기에 발병하고 성별에 차이는 없다. 또한 학력이나 지능은 높은 편이며 가족성 발병 경향을 보인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유전이나 생물학적, 정신사회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일상 속에서 손씻기나 물건 정돈하기, 자물쇠나 수도꼭지 잠근 후 확인하기, 셈하기, 책의 읽은 부분을 다시 읽기, 시험답안지 재확인하기 등의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을 보인다.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제춘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의 강박사고는 자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약이 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어 간과해서는 안 될 정신질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에 저항하지 않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약 먹고 치료받으면 되지’라는 식의 생각이 강박증상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