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아 건강

3D 프린팅 이용해 맞춤형 골반뼈 교체 성공

pulmaemi 2015. 7. 23. 12:53

세브란스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팀 “정확한 디자인으로 수술 후 환자 회복 빨라”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팀이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 골반뼈(천추)를 제작, 교체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골반뼈에 악성 종양이 생겨 골육종을 앓았던 강모(여·16)양은 지난 3월 23일 수술을 받은 후 1주일 만에 걷기 시작했고 이후 지난 5월 8일 외래 정기 검진 때 부모와 함께 걸어 들어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강양은 작년 7월 체육활동을 하다가 심한 허리의 통증을 느꼈다. 패치형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진통제 등으로 학교 수업을 지내오다가 작년 11월 중순부터 학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매우 심해졌다. 

작년 11월 25일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진료 후 조직검사를 통해 골반뼈에 골육종이 생긴 것으로 진단됐다. 

▲신동아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강양은 11월말부터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켰다. 수술은 올해 3월 23일 진행됐고 약 1달 후 퇴원했다.
 
신동아 교수팀은 수술 전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정형외과 골종양 전문의들과 함께 강양의 수술에 대해 논의했다. 골반뼈에 있는 신경을 다 자를 경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반신 마비와 대소변 가리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의료진들은 수술 후 강양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 골반뼈의 왼쪽 절반만 제거하고 최대한 신경을 살리기 위해 왼쪽 골반뼈의 1, 2, 3번 신경만 자르기로 결정했다. 

신 교수팀은 강양에게 이식되는 맞춤형 골반뼈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3D 프린팅 제작업체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앉았을 때 척추가 상체의 무게(성인기준 약 30~40kg)를 충분히 지탱해 주며 수술하지 않는 오른쪽 골반뼈와 무게가 거의 비슷해 좌우의 균형이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술 전 의료진은 플라스틱 모형을 먼저 제작해 모의 수술 과정을 거쳤다. 이후 세 번이나 다시 모형을 뽑아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었다.

신동아 교수는 “3D 프린팅은 기존의 모형 또는 제품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수정이 가능해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술시간과 수술 후 환자 회복도 빨랐다. 기존의 골반뼈 절제술이 8~9시간 걸린 것에 비해 3D 프린팅을 활용한 수술은 6시간 정도 소요됐다.

기존 수술법은 환자의 골반뼈 대체물이 정확하게 맞지 않을 경우 수술 중간에 다시 재단해서 맞춰야 했다. 이로 인해 수술 시간이 증가됐다. 반면 3D 프린팅 활용 수술은 수술 중 재단하는 시간이 없어짐에 따라 시간도 단축 됐다.

강양은 수술 후 1주일 후부터 걷기 시작했다. 기존 수술법으로는 최소 한 달은 지나야 보행이 가능했다. 또한 강양은 수술 후 3주차부터 항암제를 맡기 시작했다. 그만큼 회복이 빨랐다. 

수술 후 5월 8일 외래 진료실에서 강양은 신동아 교수를 다시 만났다. 강양은 부모와 함께 진료실로 걸어 들어왔다. 강양은 “통증이 전혀 없어, 이제 불편한 발목을 빨리 재활 치료 받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수술 환자들은 이렇게 빨리 재활을 생각할 수 없다. 걷는 동작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양은 향후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악성종양이 발생했던 부위의 재발 및 다른 곳으로 전이됐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신동아 교수는 “3D 프린팅이란 환자의 척추모양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환자의 상황을 다 고려해 만들어 진 맞춤정장과 같은 개념”이라고 말했다.

3D 프린팅의 제일 좋은 장점으로 “제작업체에 환자에 맞게 다양한 요구를 했는데 모든 것이 다 반영돼 원하는 정확한 모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확한 디자인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니 수술 후부터 골반뼈가 안정화돼 환자의 회복도 빨랐다”며 “종양이 있었던 골반뼈를 제거하고 3D 구조물이 완벽하게 채워짐으로서 기존에 척추가 가지고 있었던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