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단순 치매로 오인하기 쉬운 뇌종양

pulmaemi 2015. 2. 2. 09:30

송상우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신 의학 기술의 발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과거에 ‘노망’이라고 불렀던 치매 환자의 급속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치매관련 진료 인원이 2009년 약 21만7000명에서 지난해 약 40만5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노인에게 기억력 등 여러 가지 지적 능력의 감퇴가 오는 질병군을 말한다. 흔히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치매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고 이에 대한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치매는 ▲뇌종양 ▲뇌수두증 ▲두부 외상 ▲대사성 질환 ▲감염성 질환 등 매우 다양한 원인 질환이 있고 원인 질환이 해결되는 경우에는 치매가 치료될 수도 있다. 

흔히 뇌종양이 생기면 극심한 두통, 편마비 또는 경련발작과 같은 큰 증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종양이 매우 커져서 뇌압이 상승하거나 종양이 뇌의 중요 부위에 위치한 경우에는 종양이 작더라도 상기와 같은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없는 뇌종양도 많으며 신경학적 증상이 아닌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뇌종양이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많은 경우에 뇌종양 관련 증상은 일반인들이 모두 알기 어려우며 종양과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신경학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보기에도 증상의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  

뇌종양이 치매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환자가 병원을 찾았음에도 뇌종양 진단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수막종과 같은 양성 뇌종양은 워낙 종양의 성장 속도가 느리므로 상당한 크기에 도달할 때까지 증상이 없다가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나 상대적으로 뇌의 덜 중요한 부위인 전두엽에 생기는 경우에는 치매 또는 정신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치매 또는 정신병의 증상이 일반적인 그것과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그에 대한 치료를 함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고 의식장애가 나타나면서 뇌 영상을 시행한 후 뇌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신경교종/교모세포종과 같은 뇌의 악성 종양은 뇌실질 파괴가 심해 부위에 따라 기억장애, 인지기능저하 등이 발생해 처음에는 치매 등의 정신질환과 혼동할 수 있으나 이런 경우는 워낙 종양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증상의 진행도 빨라 위의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빨리 진단될 수는 있다.  

단순한 건망증 등으로 치매 및 뇌질환을 걱정해 값비싼 검사를 남발하는 것도 사회경제적으로 문제이지만 분명한 치매 증상이 진행하고 있음에도 검사 및 치료를 하지 않고 노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것도 문제이다. 특히나 그것이 뇌종양과 같이 치료를 함으로써 완치될 수 있는 치매인 경우는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따라서 치매 증상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생한 경우, 증상의 발현이 갑작스러운 경우, 두통이나 의식의 변화와 연관된 경우, 또는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매 증상이 계속 악화되는 경우에는 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MRI 또는 CT와 같은 뇌영상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