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나이 많으면 ‘산업재해’도 무조건 퇴행성 질환?

pulmaemi 2014. 11. 6. 13:56
고령노동자 많은 사업장, 여전히 산재 ‘불승인’ 허다해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

201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국가 들 중 두 번째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마땅히 받아야할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 근무 중 부상 191명…‘산재 아니다’ 2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노인일자리 참여 중 사고 발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근무 중 부상당한 191명 중 산재보험으로 수혜를 받은 노인은 148명인 반면 적용받지 못한 노인은 44명으로 2011년 16명에서 2012년 31명으로 최근 3년간 2.8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근로기준법상으로 정상 채용된 근로자라면 산재적용 기준에 부합할 경우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산재적용을 받지 못했다면 어떠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 등을 업무상 사고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돼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 등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

근로자가 사고나 질병의 피해를 얻었을 때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경우라면 산업재해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정부는 어르신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안전관리 점검을 강화하고 출퇴근 시에 발생하는 안전사고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고령노동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승인?’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재 보험 기준 확대 검토는 가능하지만 사실상 어렵다. 산재 판정의 기준이 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인 뿐 아니라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성립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출근을 하면서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와 회사에서 제공한 교통시설을 이용하다가 사고가 난 경우는 다르다. 업무와 재해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면 산재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관계자는 “산재 적용을 못 받은 사람은 산재 신청은 했으나 기준에 맞지 않아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며 “산재적용을 받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로 고령 노동자의 산업재해는 사고보다 질병으로 인한 경우가 더 많은데 이를 직업병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고령노동자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직업병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판단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택시나 경비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뇌심혈관계질환으로 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명선 국장은 “제도적으로 고령 노동자가 산재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퇴행성 질환도 조사 후 산재여부를 판단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실제 고령노동자들이 많이 취업해있는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산재 불승인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pureum@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