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가습기살균제 피해 원인 ‘기업의 안전불감증’

pulmaemi 2014. 11. 6. 13:14
미국 TSCA법과 국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비교…‘위해성 vs 유해성’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원인이 기업의 안전성 불감에 따른 사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균관대학교 김용화 교수는 4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원인, 대책 그리고 교훈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화학물질 제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제품을 수입해 사용한다. 이에 국내 기업은 선진국에서 음용수로 허가된 물질을 수입해 가습기 저수통에 넣는 용도로 사용했다. 

김 교수는 “이 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독성물질노출 경로를 경구에서 흡입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위해성 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마시는 용도로 사용되는 물질을 호흡하는 용도로 변경했을 경우 인체에 가져올 영향을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또한 김 교수는 미국의 TSCA법과 국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비교를 통해 미국은 ‘위해성’을 평가하는 반면 국내법은 ‘유해성’만을 평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의 위해성 평가의 경우 독성과 노출 등 위험이 될 만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국내 유해성 평가의 경우 유독물 지정에 필요한 자료에 대해서만 제출을 하게 돼 있다.

이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성분인 PHMG(옥시싹싹 함유성분)와 PGH(세퓨 가습기살균제 함유성분)는 용도에 따라 급성 경구·경피 독성 자료만 제출했고, 급성 흡입자료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 교수는 “실제 PHMG와 PGH를 조사한 결과 두 성분은 위해도 계수를 1로 봤을 때 각각 1만1000, 4만3600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치로, 만약 제품 출시 전 기업과 정부가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다면 당연히 개발 및 판매가 금지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 교수는 “기존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환경독성학적으로 검토한 결과 위해성평가 미흡, 용도 변경시 재평가 부재, 고분자 물질 자료 면제 등의 미비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신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은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교훈을 잘 반영하고 있으나 기술적인 세부사항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제조물 책임법은 면책조항에 기술적인 명확성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대책 마련을 위해 “피해대상자와 질환범위를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며 “질본 판정의 한계인 질환 중심 판단에서 벗어나야 하고, 제품사용 노출평가와 질환평가를 병행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소송 아닌 피해기금 마련해 집단적 피해보상, 신문·방송광고 통한 미신고 피해자 찾기, 징벌적 처벌제도 도입, 호흡기 노출 가능제품 흡입독성테스트를 의무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이호중 과장은 “피해기금에 관해서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 하지만 기업에서 사회적 기금을 내는 것과 함께 심도있는 검토를 할 것이며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의료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폭넓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우푸름 기자(pureum@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