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청년에게 꿈을

새로운 가치를 찾고 싶어요, [대안대학교를 소개합니다]

pulmaemi 2014. 6. 19. 07:55

2010년 대학가에는 작지만 큰 바람이 불어 닥쳤다. 당시 대학가는 ‘김예슬 선언’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기였다. 많은 대학생들은 ‘김예슬 선언’에 동의하고 자신이 학문을 공부하는 것인지 취업준비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돌아보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의 대학가는 학과통폐합, 취업률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이 아닌 곳에서는 작지만 커다란 변화와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2010년은 ‘대학’이 어떠한 공간이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필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러한 고민들이 있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2006년 녹색대학이 만들어졌다. 2005년 3월 서울대 교수였던 장회익 총장을 중심으로 대안학교인 풀무학교 교장으로 계셨던 홍순명씨 등이 창립위원회로 모여 신입생을 선발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녹색대학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학의 이념은 ‘생태문화공간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회복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롭게 창조하고 생태이념과 영성으로 무장하며 그리고 생태계의 어머니인 지구와 우주를 학문대상으로 인식하고 배우며 실천함으로써 자기화할 수 있도록 한다’라고 설명한다.

 

▲ 김예슬씨. ⓒ나눔문화

함평에 위치한 녹색대학은 기초과정 1년에는 지역읽기(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함께 하기 위한 수업)의 일환으로 생태건축, 생명살림, 생명농업 등과 생태적 삶을 위한 이론과 실습학문인 생태철학, 인문학과 예술, 생태경제학, 문화인류학, 생태학, 물리학, 생명학, 자연의학 등 이론에 중심을 둔 기초 학문을 중심으로 학습해나간다. 기초 1년을 수행하면 연구원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다. 연구원과정은 더욱 깊이 있는 수업을 중심을 2~3년간 학습하게 된다.

 

일반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생태교육을 가르치고자 만들어진 녹색대학과 달리 대학에 대한 회의와 진정한 배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만든 대학교가 있다. 신촌에 위치한 풀뿌리사회지기학교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연세대 이산행 명예교수가 자택을 기증해 만든 대안대학이다. 2004년 12월 개교해 2005년 3월 첫 입학생들을 맞이했다. 대학의 목표는 대학의 이름에서 알아 볼 수 있듯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 변화를 이끌 ‘사회지기’를 키워내는 것이다.

 

수능과 같이 입학을 위한 시험을 따로 두고 있지 않고 17세 이상이면 면접을 통해 누구나 입학 할 수 있다. 한 학기 5과목 기준으로 학부의 등록금은 120만원, 대학원은 3과목에 150만원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터닦기’ ‘길찾기’의 토론 학습과 관심, 진로를 지역사회와 연결시키는 1대1 방식의 교육인 ‘사회지기’ 과정 총 3단계로 구성되어있다.

 

대안대학 교육프로그램ⓒ지구마을청년대학 페이스북

서대문구 홍은2동에 위치한 또 다른 대안대학의 이름은 지구마을청년대학이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현재 개교 준비를 하고 있다. 학문적 배움, 실천적 배움, 사회진출 및 자립이라는 세 가지 방식의 배움을 유연하게 습득하는 것이 대학의 교육목표다. 지구마을청년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다은씨는 대안대학을 선택한 이유를 오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대학을 가지 않고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오기에서 나온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은 딱히 대학에서 배우고 싶은 게 없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렇게 큰돈을 들여 대학에 가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김다은씨는 대안대학의 수업들에 대해서 “작년에 진행되었던 수업 중에 철학, 역사, 사회, 교육분야의 교수님들께서 함께 수업을 진행해주셨던 ‘통합인문학’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멍해질 정도로 따라가기 힘들 때가 있을 만큼 생소한 내용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긴 했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보면 할 수 없는, 하지 않게 되는 고민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수업이에요”, 또한 수업 이외의 활동들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함께 밥을 짓고, 밥을 먹고,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시간들이 참 소중했어요”

 

대안대학의 종류는 생태 혹은 시민단체 등과 같은 일명 ‘대안적’ 활동을 지향하는 대학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주에 위치한 타이포그래피 학교 PaTi는 ‘안상수체’로 유명한 안상수씨가 만든 대안대학이다. 서당 같은 학교를 지향하는 PaTi는 지역 사회와의 공감을 바탕으로 큰 디자이너 세종 이도의 뜻을 섬기며, 타이포그라피를 교육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타이포그라피학교 워크샵 ⓒPaTi

일반 대학교의 학부과정과 같은 한배곳 4년 과정과 대학원과 같은 더배곳 2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입학 요건은 파티의 뜻과 함께 하며 파티와 동행할 수 있는 이, 디자인에 대한 열의와 잠재력을 가진 이라는 요건이 충족된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 뿐 아니라 시각, 건축, 북 디자인, 글쓰기 등 여러 분야의 교수진들과 해외 출신의 교수들도 다수이다.

 

“대안대학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겠지만, 기존의 대학이 가진 문제점에 반대하고 청년들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사회가 정해주는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김다은씨는 대안대학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