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안쪽 중이염 환자 둘 중 하나는 ‘난청’

pulmaemi 2014. 5. 20. 14:15

방치하면 영구적 난청 발생률 3.8배 ↑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

경기도 과천에 사는 58세 주부 김모씨는 나이가 들어 청력이 약해졌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20년 이상 증상이 있을 때마다 간단한 치료만 받았던 중이염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통증이 없어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중장년층의 중이염.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 난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고막 안쪽의 중이염을 방치하면 영구적 난청이 발생활 확률도 3.8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한 쪽 귀에만 중이염이 있는 환자 231명을 대상으로 난청 발생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22%(51명)에서 청신경이 손상돼 회복이 불가능한 감각신경성 난청(영구적 난청)이 진행됐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중이염을 20년 이상 오래 앓거나 50세 이상에서는 난청 발생이 2배 이상 높아지고, 고막 안쪽까지 염증이 퍼져있는 경우에는 난청 발생률이 3.8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귀 안의 상태를 간단히 체크하는 귀 내시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이지만, 정밀한 CT검사에서 고막 안쪽에 염증이 발견된 환자들의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은 49%에 달했다. 고막 안쪽까지 염증이 번져있는 환자들의 둘 중 하나는 난청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고막 안쪽까지는 염증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난청 발생률이 14%인 것에 비해 3.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50세 이상 중이염 환자의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은 38%인 반면, 50대 미만의 난청 발생률은 14%에 불과해 50세 이상에서 약 2.7배 정도 발생률이 높았다.

중이염이 20년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이 38%이지만, 중이염 지속 기간이 20년 미만의 경우 감각신경성 난청 발생률이 16%로 낮았다.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의 이상으로 생기는 전음성 난청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은 수술로 염증을 빼낸다고 해도 신경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구적 난청’이라고도 한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영구적 난청이 진행된 쪽의 귀는 정상 귀보다 평균 20 dB(데시벨) 청력이 악화됐다. 20 dB의 차이는 정상청력보다 10배 이상 큰 소리여야 들을 수 있다는 뜻이며, 상대적으로 많은 청력손실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영구적 난청이 완전히 들을 수 없는 중증의 청력손실을 뜻하지는 않지만, 난청의 원인인 염증을 방치하면 작은 소리를 못 듣는 경도난청부터 진행이 시작되어 평생 난청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따라서 귀에서 물이 나오거나 먹먹한 느낌이 드는 중이염 증상과 함께 작은 말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벼운 난청이 동반된다면, 난청의 정도가 심해지기 전에 원인을 제거해야 청력을 보존할 수 있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귓속 깊은 곳까지 진행된 중이염을 장기간 방치하면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낸 데 의미가 크다” 고 밝혔다.

또한 “성인들의 중이염은 통증이 없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으로 여기게 되는데, 귀에서 물이나 고름이 나오는 50세 이상의 환자라면 CT 등 정밀검사로 귓속 깊은 염증을 파악하고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해야 영구적 감각신경성난청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한 번의 수술로 대부분의 환자에서 염증 제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팀의 이번 연구논문은 미국 청각학분야 유수학술지 ‘이어 앤 히어링’(Ear and Hea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강연욱 기자(dusdnr166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