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잦은 고장에도 고리1호 수명 연장…수명 늘린 세월호와 ‘닮은꼴’
세월호가 침몰했던 지난 4월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1978년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고령 핵발전소로 이미 2007년 설계수명이 끝났지만 가동수명이 10년 연장됐다. 고리1호의 재가동은 세월호처럼 수명이 다한 배를 쓰고 또 쓰는 관행과 닮았다. 세월호 침몰은 예고된 인재였다. 하지만 ‘원전마피아’세력은 세월호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방사능사고는 한 번 터지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온다. 36년 된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진다면 어떤 대형사고와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대참사가 예상된다. 한국의 핵발전소 밀집도는 세계 1위수준이다. 사고가 난다면 도망칠 곳이 없다. 지금까지 일어난 대형 핵사고(미국 스리마일, 소련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가 말해주는 것은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순서대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전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장)는 “이러한 확률대로라면 다음 사고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러시아‧일본‧프랑스에 이어 핵발전소가 가장 많은 국가다. 김익중 교수는 “만약 사고가 난다면 낡은 핵발전소가 많은 경상남도가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상도에는 고리1호와 월성1호 등 30년이 넘은 발전소가 있다.
과거 핵발전소 사고의 1차 피해지역은 발전소에서 20~30km 반경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핵발전소 반경 30㎞내에는 420만 명의 국민이 거주하고 있다. 울산시청과 부산시청이 포함되는 거리다. 폭발력과 방사능확산속도를 고려하면 도망칠 수도, 구조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고리1호의 재가동을 두고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아무도 눈치재지 못한 채 평화롭게만 보이던 어느 날 새벽, 고리1호기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며 정부에 고리1호의 즉각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 고리원전 1·2호기. 고리 1호는 지난 2013년 4월 176일간 정비를 받고 그 해 10월 5일 재가동했으나 50일 만에 다시 고장을 일으켰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는 고리 1호가 사고‧고장이 확인된 것만 130회라 주장하고 있다. 대형 사고는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수많은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된 결과 발생한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고리1호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장기간에 걸친 예방정비를 벌이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고장을 일으켰다”며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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