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대한치매학회, 치매환자 위한 ‘일상생활지침’ 발표

pulmaemi 2013. 9. 23. 10:19

치매 의심 단계, 하루 동안 있었던 일 기록해보는 습관 좋아

 

[메디컬투데이 김소희 기자]

치매 환자들의 일상생활수행능력을 유지를 위해서는 치매 증상에 따라 환자 본인 및 보호자가 지켜할 지침들이 달라진다.

13일 대한치매학회는 ‘치매 극복의 날’(9월21일)을 맞아 치매 환자를 위한 ‘일상생활지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유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치매 환자 및 보호자가 지켜야 하는 항목들로 구성됐다. 이때 일상생활수행능력은 일상을 지내는 데 있어 필요한 자기 스스로를 돌보거나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일상생활수행능력 저하는 치매 진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한치매학회에서 발표한 ‘일상생활지침’은 치매를 증상에 따라 치매가 의심되는 0.5단계부터 초기 치매인 1단계, 중등도 치매인 2단계, 중증 치매인 3, 4단계 등 총 다섯 단계로 나눠 항목별로 구성됐다. 각 단계별 지침은 치매 환자나 보호자가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실제 생활에서 확인이 가능한 항목이 주를 이룬다.

치매 의심 단계에서는 ‘저녁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해보는 습관’, ‘대화할 때 정확한 단어 사용’ 등 일반인도 지키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초기에 해당되는 경도 치매 단계에서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한일우 이사장은 “초기 치매 환자의 경우 가족들이 실수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가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것을 저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일상생활수행능력 저하가 더욱 빠른 속도로 나타난다”며 “지침에도 나와 있듯이 간단한 요리, 집안일, 은행일 등 익숙한 일은 환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노인임상시험연구센터(CREDOS)의 주요 치매클리닉에서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단 받은 7600여 명을 대상으로 ‘치매 환자에서 단계별 일상생활수행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결과 일상생활수행능력 항목 중 치매 의심 단계부터 심각한 장애를 보이는 항목이 있으며 증상의 악화에 따라 대부분의 일상생활능력의 장애 정도가 심각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상생활수행능력 중 ‘소지품 관리하기’, ‘최근 있었던 일 기억하기’, ‘약속과 모임 지키기’ 등 기억력 관련된 항목과 타인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활동인 ‘여가 활동하기’ 등의 4가지 항목은 치매 의심 단계(CDR총점 0.5점)부터 급격한 장애를 보였다.

이는 ‘몸 단장 및 치장’, ‘문 단속하기’, ‘근거리 외출’등이 치매 의심 단계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적은 것과 대조적이다.

초기 치매 단계(CDR 총점 1점)로 넘어가면 ‘전화기 사용’ 및 ‘가전제품 사용’, ‘자기 돈 관리하기’, ‘약 챙겨먹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 요리하기’, ‘집안일 하기’의 장애가 심해진다. 중등도 치매(CDR 총점 2점)로 넘어가면 치매 의심 단계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적었던 ‘자기 몸 단장 및 치장하기’, ‘문 단속하기’ 및 ‘근거리 외출의 장애’가 두드러지게 악화됐다.

특히 치매 의심 단계부터 장애를 보였던 4가지 항목은 다른 항목의 중증 치매(CDR 총점 3.0, 총 표본 7639명 중 236명)에 이르면 더 심각해진다. ‘여가 활동이나 취미 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한 경우가 90.3%(236명 중 213명)에 이르렀으며 응답자의 89.8%(236명 중 212명)가 ‘약속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한치매학회 교육이사 정지향 교수(이화여대의대 신경과)는 “일상생활수행능력 중 기억력과 사회성 연관된 항목이 치매의심환자에서 먼저 장애를 보이고 이후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몸 단장 및 치장능력이 중증 단계로 넘어가면서 악화돼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치매의심 환자라도 사소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 일상생활 증진훈련을 통해 악화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07년부터 5년 동안 성동구 치매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인지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참여 지속도를 조사한 결과 저소득층(의료 보호 1, 2종)에서 대조군(건강보험)에 비해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대상자 중 1회 이상 인지 치료에 참여한 치매 환자는 49.6%(1112명 중 552명)로 나타났고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는 47.5%(552명 중 262명)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의료보호 대상자는 초기에 인지 치료에 참여한 비율은 37.6%(218명 중 82명)이었지만 6개월 이후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은 17.1%(82명 중 14명)로 급격히 줄었다.

이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비독거 치매 환자와 독거 치매 환자의 경우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비독거 치매 환자의 경우 최초 인지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은 48.4%(1082명 중 524명)였고 6개월 이상 유지한 비율은 47.3%(524명 중 248명)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독거노인의 경우 최초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비율이 44.3%(248명 중 110명)에서 6개월 이후에는 25.5%(110명 중 28명)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치매학회 총무이사 김승현 교수(한양의대 신경과)는 “지역 치매지원센터의 인지 치료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고 독거노인들을 위한 교통편을 일정 부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거 및 저소득층 치매 환자의 지속적인 참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상자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 박기형 교수(가천의대 신경과)는 “대한치매학회가 지난 해 치매 환자 보호자 대상으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로 인한 간병 부담’에 관해 진행한 조사에서 치매 환자 보호자의 부담 정도를 확인한 바 있으며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교육 및 전문의 상담 등의 의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의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치매 취약 계층을 포함해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실천이 가능하고 의료진이 그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이번 ‘일상생활지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치매학회는 이번 ‘일상생활지침’을 9월부터 진행하는 전국 단위 건강강좌를 통해 치매 환자 및 보호자에게 배포할 예정으로 가까운 병원 신경과나 치매지원센터, 보건소, 학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배포받을 수 있다.

 
메디컬투데이 김소희 기자(kimsh33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