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잊히지 않는 기억, 트라우마의 상처

pulmaemi 2013. 5. 21. 13:29

어릴 적 트라우마 경험하면 성인 된 후 ‘우울증’ 확률 높아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잊고 싶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 특히 기억 자체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며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흔히 ‘트라우마’라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과 같은 심각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말한다. 일본 대지진이나 미국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를 비롯해 건물붕괴, 화재, 교통사고, 강간, 강도, 폭행, 유괴 등의 사건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당시의 장면들이 떠오르거나 그와 관련된 악몽을 꾸는 등 그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상황에 노출됐을 때 강한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 또한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려고 무감각하고 멍한 모습을 보이며 항상 지나치게 긴장돼 있고 각성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은 대개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간혹 6개월 이후에 발생하기도 한다.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준 경험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 재경험을 하거나 상황자체를 회피하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심하게 불안해지고 과민상태가 된다.

뿐만 아니라 ▲공포 ▲짜증 ▲감정 기복 ▲슬픔 ▲무력감 ▲절망감 ▲주의집중 곤란 ▲혼란스러움 ▲악몽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충동 ▲대인기피 사람을 피함 ▲수면습관 및 식사습관의 변화 ▲졸도 ▲피로 ▲통증 ▲호흡곤란 등 매우 다양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충격직후부터 곧바로 나타날 수 있고 시간이 지난 후에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 심각한 경우 사회생활로의 복귀가 어려운 상태까지 될 수 있다.

특히 어릴 적 트라우마를 경험하면 성인이 된 후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더 높은데 이는 뇌신경 손상을 치료하는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수·전홍진, 진단검사의학과 강은숙 교수팀이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은 뇌신경 손상을 치료해주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derivated neurotrophic factor 이하 BDNF)의 세포 내 이용에 문제가 있음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 105명과 정상인 50명을 대상으로 뇌유래신경양양인자(BDNF)의 혈중농도를 검사한 뒤 트라우마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은 BDNF가 인체에서 정상적으로 대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수팀은 “트라우마가 깊은 사람은 혈소판 내에서는 BDNF의 농도는 높았지만 실제 혈액 내에서의 BDNF 농도는 낮았다”며 “BDNF가 세포내에서 외부로 이동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혈소판과 혈액 사이의 BDNF 농도 차이는 어릴 때 학대를 받은 경험이 많거나 충격이 클수록 더욱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BDNF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우울증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팀에 따르면 성적학대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는 혈소판 내 BDNF수치가 93.2pg/106platelets로 가장 높았지만 혈중 농도는 374.4pg/ml으로 낮아 BNNF 활용 능력이 가장 떨어졌다.

지속적 폭행을 당한 경우가 뒤를 이었고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사고(교통사고 등), 폭언이나 방임과 같은 정서적 학대 순으로 나타났다.

전홍진 교수는 “난치성 우울증의 원인이 BDNF의 세포내 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우울증 치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겪은 힘든 정신적 경험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도록 부모와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