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자살로 내몰리는 ‘노인우울증’

pulmaemi 2013. 2. 4. 13:06

OECD 국가 중 1위 불명예, 적극적인 치료 따라야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 모처럼 한파가 누그러들고 푸근한 날씨가 찾아왔지만 김모 할아버지(87세)는 어제가 오늘인 양, 오늘이 또 내일인 듯 적막한 방안에서 TV를 벗 삼아 이불속에 몸을 뉘였다.

젊었을 때는 왕성한 활동성을 자랑했지만 나이가 드니 이곳저곳 성한 곳이 없고 자주 가는 곳은 병원뿐이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풍경을 볼 때마다 김 할아버지는 까닭모를 씁쓸함과 우울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마음의 감기라 일컫는 우울증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특히 경제적인 활동이 없어 자존감을 잃기 쉬우며 사회활동의 결여로 심한 고독함을 느끼는 노인층은 우울증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잘못된 판단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이 요구된다.

◇ 한국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 80.3명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OECD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인구집단별 자살률 동향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0~2010) OECD 국가들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으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및 청소년의 자살률은 6.4명에서 9.4명으로 47%나 급증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속도의 고령화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의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80.3명(2010년 기준)으로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2.3배 증가한 수치다.

OECD의 노인 인구 평균 자살률은 2010년 20.9명에 불과하며 2000년(22.5명)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 가족의 관심 필요, 적극적 치료해야

노인 자살률의 급증은 우울증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노년기 우울증은 까닭모를 울적함이나 의욕상실, 무력감, 고독감, 이유 없는 슬픔이나 불면, 식욕저하, 허무감, 지나친 걱정 등의 증상이 대표적인데 이는 자살이라는 그릇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울증의 증상을 보여도 대부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병으로 인식할 뿐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국희 교수는 “노년기에 가장 흔한 두 가지 정신장애는 치매와 우울증인데 노인들은 정신과 의사를 잘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들의 관심 부족도 정신장애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은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질 수 있어 가족들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당부된다.

치료는 약물요법과 정신요법을 병행하는데 특히 당사자가 현실생활의 상실에서 오는 비애감을 극복하고 과거 잘못된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도록 돕는 가족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관심을 쏟는 것이 필요하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