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환자, 망상에 사로잡혀 살아
[메디컬투데이 민승기 기자]
최근 중국의 한 가장이 의처증으로 아내 등 4명을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 의처증이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남자친구가 의심이 많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힘들다는 김모(26)양은 “남자친구는 내가 다른남자랑 이야기만 해도 ‘누구야’부터 시작해서 끝없이 의심한다”며 “의심많고 집착하는게 의처증 이라던데 내 남자친구도 의처증 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위를 살펴보면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방에게 집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 모두가 병적인 증세는 아니다.
단순히 의심이 많고 집착을 하는 것은 성숙하지 않은 사랑의 표현법이지만 의처증은 망상장애의 일종으로 논리적인 설득이 통하지 않고 잘못 된 믿음이 머릿속에 뿌리 박혀있다.
사랑샘터 소아정신과 김태훈 원장은 “흔히 배우자에 대해서 의처증이나 의부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사랑이 지나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의처증‧의부증은 확실히 병이다”며 “정상적인 사람은 배우자의 결백이 증명이 되면 믿지만 의처증환자들은 전혀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와 한패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 불륜에 대한 망상, 오델로 증후군
의처증과 의부증은 정신과질환 중 망상장애의 일종이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의 하나인 오델로라는 작품이 의처증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해서 오델로 증후군(부정망상)이라고도 부른다.
한국심리상담센터에 따르면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망상과 그 생각 때문에 행동이상이 동반될 때 의처증이나 의부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이들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확고한 믿을을 갖고 있고 그 믿음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망상의 수준인 것.
‘내가 다 알고 있다’, ‘증거가 분명히 있는데도 부인하느냐’, ‘바람이 난 뒤로 모든 태도와 행동이 달라졌다’, ‘요즘에 와서 부쩍 모양을 내고 외출하는 것이 바람피운다는 증거다’ 등모든 관심이 배우자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에만 매달려 있다.
특이한 점은 의처‧의부증 환자는 서로에 대한 태도를 제외하곤 직장생활과대인관계가 매우 원만하고 좋다.
공통적으로 바람을 피운 상대라고 의심되는 상대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고 싹싹한 태도를 보여 의처‧의부증은 배우자에게 한해서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처‧의부증 환자는 자기 망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도청이나 미행, 자백을 위한 폭력, 비디오 촬영, 몸검사 등도 서슴치 않고 행해 배우자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의부증의 경우 우리나라 사회 형평상 남편이 나래를 데려오기 쉬우나 의처증은 아내가 남편을 병원에 데리고 오기가 쉽지 않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삼담을 해도 뭔가 의심 받을 짓을 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을 수 있어 고통을 참느라 화병에 걸리기 쉽다.
실제 작년 한국가정법률사무소에 접수된 이혼상담 중 의처‧의부증으로 상담한 건수는 남성 301명 중 3명(1.0%), 여성 1342명 중 39명(2.9%)으로 특히 여성은 전체 이혼상담중에서는 1.1%가 되는 수치이다.
의료재단 용인정신병원 강대엽 부원장은 “의처‧의부증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진바가 없지만 심리적 원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발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망상장애 치료는 정신분열보다 치료도 어렵고 사람마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죽어도 믿지 않는 의처증, 치료 쉽지 않아
대부분의 의처‧의부증은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환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병원에 데려오기도 힘들뿐더러 데려 오더라도 치료가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치료기간을 두고 전문의와 많은 상담을 하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으로 치료효과를 높여야 한다.
한국심리상담센터는 남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운동이나 등산 등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를 자주 마련하는 것이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이 많으므로 가족들도 무조건 비판하거나 설득하려 해서도 안되고 비위를 맞추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한결같이 단호한 태도로 나는 당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 지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고 왜 자신이 그런 망상을 갖게 되었는지 통찰해주고 분석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의처‧의부증은 망상장애 중 질투형 망상장애에 속한다“며 ”망상장애를 방치할 경우 구타나, 방화, 자살, 살인 등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민승기 기자 (a1382a@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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