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신경계 질환

루게릭병 환자 24시간 간병 필요…요양병원 건립 시급

pulmaemi 2012. 10. 15. 15:48

온종일 간병에 가족 경제활동 차단, 결국 가정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져

 

[메디컬투데이 안태양 기자]

루게릭병은 어느 단계를 지나면 지체장애로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간병인이 옆에서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한다.

하지만 가족이 그 역할을 감당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서 루게릭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루게릭 요양병원의 건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루게릭병? 전신 마비되지만 의식은 명료… ‘육체라는 감옥에 갇히는 꼴’

루게릭병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 또는 운동신경원질환 등으로 불리는데 운동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에 의해 점차 소실되어 근력 약화와 근위축을 초래, 언어장애·사지위약·급격한 체중감소·페렴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호흡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질병이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병의 말기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두 눈을 제외한 언어기능의 완전 상실과 완전 전신마비로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환자의 의식 상태와 시각, 청각 등의 감각상태는 끝까지 명료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육체의 감옥에 꼼짝없이 갇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협회(이하 한국ALS협회)는 현재 우리나라에 약 2000명 정도의 환자가 투병 중인 것으로 추측했다. 이는 한 해에도 많은 환자가 사망하고 또 그들이 사망했을 경우 따로 말해주지 않아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루게릭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나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으며 명확한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고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년 또는 기관절개 후 호흡기 사용시 5년 내외로 평균 기대 여명은 3∼4년이다. 그러나 의료기술이 점점 발전해 감에 따라 루게릭병의 진행을 다소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의약품과 치료법들이 개발·연구되고 있다.

◇ 희귀·난치성질환센터 등 정부 정책 도움될까… ‘24시간 간병인 제도만이라도’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2004년 11월 질병관리본부에 희귀·난치성질환센터를 설립했고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루게릭병 환자는 호흡보조기 대여료, 기침유발기 대여료, 보장구 구입비, 간병비를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비지원은 일정 소득 이하의 환자에게 2년을 지원, 그 후에는 다시 소득 재심사를 거쳐 기준에 적합할 경우에만 다시 2년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있다.

또한 실제 루게릭병 환자를 남편으로 둔 A씨는 “장애등급을 받아서 장애인연금이나 활동지원서비스 등을 받을 수도 있지만 장애의 정도가 경하다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아주 심한 경우될 때까지는 1,2급을 받기 힘들다”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도 24시간 간병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이어 “희귀·난치성질환센터가 설립되어서 호흡기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부에 와닿는 지원은 호흡기 대여료와 간병비 30만원 뿐”이라며 “정부가 루게릭병 환자에 대한 24시간 간병인 제도만이라도 확실히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통해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을 지원중이지만 그 지원이 최대 180시간 정도로 한정돼 있는 등 루게릭병 환자의 상황과 동떨어져있고 지원할 수 있는 자격요건도 장애등급 1급으로 신청자격의 벽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에 대해 복지부 담당자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은 밤에 인력배치 문제가 있지만 요양보호사들이 교대근무를 한다. 하지만 병원과는 개념이 달라서 의료서비스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분들은 병원에 입원해야한다”고 말해 실제 24시간 전문적인 간병이 필요한 루게릭병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일반 요양병원에서는 돌려보내…‘루게릭 요양병원’ 건립 필요해

루게릭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잠시 방심하면 호흡장애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간병인은 환자 곁에 항상 머물러야 하고 끊임없는 수면부족 등으로 건강을 잃는 경우가 많다. 가족 중 누군가는 간병에 매달려야 하므로 간병인의 경제활동 등이 차단되고 이것이 결국 가정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루게릭 환자들이 가족의 간병을 받기 힘들어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루게릭 환자의 간병이 다른 병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에 입원이 어렵다거나 증세가 악화된 후 병원에서 퇴원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루게릭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지속되면서 루게릭 요양병원을 필요로 하는 바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루게릭병 환자를 남편으로 둔 A씨는 “루게릭병 환자는 밤낮없이 24시간 옆에 딱 붙어서 20분마다 거담도 해줘야 하고 밤에 불도 켜놔야 한다. 그러니까 일반 요양병원에서는 돌려보내더라. 갈곳이 없다”고 말하며 전문적인 요양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병은 40∼50대 남자가 제일 많이 발병하는데 이건 집안의 기둥이 쓰러진거나 마찬가지다. 돈이 많이 발생한다”며 “루게릭 요양병원이 아니라도 일본처럼 24시간 간병인을 둘 수 있게 제도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좀 더 병에 적합한 제도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한국ALS협회’ 외에도 박승일과 션이 공동대표로 있는 ‘승일희망재단’에는 타이거JK, 유지태, 김미화 등이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메디컬투데이 안태양 기자(xodid114@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