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신경계 질환

고관절 중 70%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이란

pulmaemi 2012. 6. 25. 15:07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과다한 음주 주의해야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

넓적다리 뼈의 윗부분은 골반뼈와 함께 엉덩이 관절(고관절)을 이루고 있는데 골반뼈와 맞닿고 있는 넓적다리 뼈의 위쪽 끝부분을 대퇴골두라고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무혈성) 뼈 조직이 죽는 질환으로 괴사된 뼈에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면서 통증이 시작되고 이어서 괴사 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고관절 자체의 손상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고관절 질환 중 가장 흔하며 전체 고관절질환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4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환자들은 흔히 ‘뼈가 썩는 병’으로 잘못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데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있을 뿐 부패되는 것이 아니며 주위로 퍼져 나가지도 않는다.

◇ 과다한 음주, 스테로이드 사용 등 원인으로 작용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원인뿐만 아니라 발생 과정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져 있지 못한 상태로 다만 여러 가지 원인 위험인자가 알려져 있다.

원인적 위험인자로는 과다한 음주,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의 사용, 신장질환, 전신성 홍반성 낭창(루프스) 등과 같은 결체조직병, 신장이나 심장과 같은 장기 이식을 받은 경우, 잠수병, 통풍, 방사선 조사,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우리나라에서는 없거나 매우 드문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나 고셔(Gaucher)병 등이 있다.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대퇴 경부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에 자주 합병된다. 이 두가지 외상에서는 대퇴골두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되기 때문이며 단순 타박상 등과 같은 기타의 외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관동대 명지병원 정형외과 박재형 교수는 “이 병은 지나친 음주를 했거나 피부병과 관절염의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제인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를 다량 복용한 환자들에게 흔하며 주로 30대와 40대의 젊은 연령층에 발생한다”며 “일단 이 병에 걸리면 괴사된 대퇴골두가 깨져서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을 못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은 대퇴골두에 혈액공급이 차단돼 괴사가 일어나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된 증상인 고관절 부위 통증은 괴사가 발생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해 괴사부에 골절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통증은 대개 갑자기 시작하고 땅을 디딜 때 심해져서 절뚝거리게 된다. 앉거나 누워있을 때는 훨씬 편안하다. 통증과 대퇴골두의 함몰 변형으로 고관절의 운동범위가 줄어들어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기가 힘들어지며 대퇴골두 함몰이 심하면 다리 길이가 짧아진 것을 환자 자신이 느끼게 된다.

◇ 고관절 통증 느끼면 이미 늦다

20~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의 환자에서 갑자기 고관절 통증이 생겨 절뚝거리게 된 경우 가장 먼저 이 질환을 의심하게 된다. 우선 과도한 음주나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사용 등 위험인자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단순 방사선사진(x-ray)을 촬영한다.

많은 경우 단순 방사선사진 상 대퇴골두 내 경화상(정상보다 하얗게 보임), 골절선, 골두의 함몰 등 전형적인 소견을 관찰할 수 있으나 별다른 이상 소견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는데 특히 골두의 함몰이 미미한 경우에 그러하다.

현재로서 가장 정확한 검사방법은 자기공명영상(MRI)로 단순 방사선사진 상에 변화가 보이기 훨씬 이전에도 이상 소견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무 증상이 없는 반대쪽 대퇴골두의 괴사까지 발견할 수 있으며 괴사의 위치와 크기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예후 예측, 치료방법의 결정 등에 매우 유용하다.

박재형 교수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증은 수술적 방법 외에 특별한 치료는 없다”며 “원래의 관절을 유지하는 방법과 인공 관절로 대치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대퇴골두의 함몰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괴사가 있어도 그 크기가 작거나 위치가 좋은 경우에는 괴사 부위에 골절이나 함몰이 발생하지 않아 통증 없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의 괴사가 발생하면 골절이 발생하고 이어서 골두가 함몰되게 되며 이후에는 골두 변형에 따른 고관절 자체의 퇴행성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일반적으로 괴사가 있으나 증상이 없고 단순 방사선사진 상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는 초기부터 괴사부가 함몰돼 골두 변형이 생기고 이차적인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말기까지 수개의 단계로 병기를 나누는데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의 선택 폭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방 방법은 없으며 피할 수 있는 위험인자에 노출되지 않는 정도이다. 과음과 필요 없는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메디컬투데이 김진영 기자(yellow8320@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