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을 헤쳐가는 삶의 자세를 말하다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영화 인디에어(원제: up in the air)는 조지 클루니가 대공황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 소시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이다.
여기서 원제 <up in the air>는 <불안정한 상황>과 <하늘 위에서>라는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불안정한 상황이란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해고와 구조조정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말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관계와의 단절 속에 하늘 위에서 비행기로 세상을 부유하며 떠도는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의 삶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의 직업은 해고 전문가다. 이 영화는 2010년 금융위기로 미국 전역에서 해고와 실업이 속출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지금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 해고대상자로 등장하는 노동자들이나 라스트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인터뷰로 나오는 해고자들은 모두 감독이 직접 실제 해고자들을 섭외하여 출연시켰다.
2. 이 영화에는 20곡이 넘는 다양한 OST곡들이 나오는데 British Pop, Modern Rock, New soul, New age풍 등 감성을 울리는 최고 수준의 곡이다. 특히 라스트 엔딩곡<up in the air>는 실제 해고자 케빈 레닉이 작사 작곡하고 부른 사실상 이 영화의 주제곡이다. 그는 해고 당시의 자신의 심정을 담아 만든 노래를 감독에 전했다. 이후 이 데모 테이프는 구석에 처박혔다가 우연히도 감독이 정한 영화 제목과 노래 제목이 동일한 데서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난 하늘을 떠돌고 있어, 모두가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어, 내가 끝내지 못한 일들도 해야만 하겠지, 난 하늘을 떠돌고 있으니깐..>(노래 up in the air 가사 중)
이 영화 원제 up in the air는 어디에도 삶의 유지할 방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한 채 떠도는 해고자와 그를 해고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인간관계에서 단절된 채 부유하는 해고 전문가의 이야기 즉, 해고하는 자 해고 당하는 자의 삶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가슴 아픈 사회고발 영화이다.
3.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친 1981년 이후 금융위기 전인 2003년 까지만도 미국 전역에서는 다운사이징이라 부르는 기업효율화, 이윤극대화의 여파로 3000만 명의 전업노동자가 실직했다. 해고하는 회사나 정부기관도 이런 대규모 사회적 혼란의 피해자들에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6개월간의 실업수당뿐이다. 의료보험도 해고와 동시에 끝나며 이중 다수가 원래보다 월등히 낮아진 보수를 감수하며 일용직, 파트타임, 비정규직으로, 계속 실업자로 살아가며 빈곤층으로 추락해간다. 이때 인류학자 찰스 대라는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이 『기능의 묶음이 되어 자신의 기술을 여행용 집처럼 끌고 다니면서 환경이 다른 여러 직장을 자유롭게 오간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그 이전의 효율화, 수익극대화를 위한 해고와는 비교가 안 되는 해고의 퍼펙트 스톰을 가져왔고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를 맞아 <자원방출>, <직업변경기회>라는 그럴싸한 표현을 쓰며 짧은 시간에 다시 엄청난 숫자를 해고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해고에 대한 자신들의 부담을 들기 위해 외부에서 정리해고를 실행하는 전문기법을 갖춘 구조조정전문가들을 불러 해고를 진행했다. 조지 클루니는 이러한 구조조정 전문가이자 동기유발 강사다. 이들은 내부의 반발과 이 반발의 전염을 막기 위해 아무런 사정통보 없이 어느날 갑자기 해고 전문가를 동원해 해고를 통보하고 경비원을 시켜 끌어낸 뒤 짐을 나중에 택배로 붙여주는 무자비한 일을 실행해왔다. 쫓겨난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부당해고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재취업 알선업체와 동기유발 및 자기계발 강사를 동원해 일자리 상실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이자 재충전>이라고 다독거린다. 그리고 해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이를 반발, 불만, 한탄하지 말고 현실을 긍정하고 순응하고 빨리 새 일자리를 찾아내고 동기유발 세미나와 각종 서적, 강연 테이프, 면담 등을 통해 순화시켰다.
이것이 책<긍정의 배신>이 담고 있는 사회분노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직장의 동료는 추가로 생긴 살인 같은 노동시간, 임금, 보너스의 삭감, 사기의욕 저하 속에서 <팀 빌딩(team building)>이라 부르는 또 다른 동기유발 교육으로 세뇌 당해간다. 이런 해고 전문, 동기유발 산업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300억불이 넘는다고 하니 남의 눈물을 거짓으로 순화시키며 벌어먹고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남의 불행이 자기의 행복인 이들 중에 조지 클루니도 있는 것이다.
4. 이 영화 감독 제이슨 라이트만은 금융위기 후 미국사회에 닥친 구조조정과 중산층 붕괴를 파헤치기 위해 작정을 하고 실업자들을 인터뷰하며 이 영화를 준비했다. 그러나 실업자의 관점이 아니라 그들을 해고하는 구조조정 전문가의 관점에서, 즉 가해자의 관점에서 해고와 실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저 예산 영화임에도 음악이나 화면, 촬영 등이 매우 뛰어나며 매우 드라이한 접근법에도 불구하고 보는 동안에 무척 세련된 느낌을 들게 하며 영화가 끝난 뒤 가슴 한 구석이 오랫동안 저며오도록 만든다. 사회 고발 영화임에도 무거운 주제를 정공법이 아니라 라이언 빙햄이라는 관계와 단절되어 외로이 공항, 비행기, 호텔을 1년에 11달을 떠돌며 천만 마일리지 적립 플래티늄 카드를 받는 게 유일한 낙인 외로운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각을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그리고 호텔에서 그를 만나 정을 통하는 그와 같이 여러 곳을 떠도는 직장인 유부녀 알렉스 고란(베라 파미가: 이 여자는 미인은 아닌데 시크한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라이언 빙햄 회사의 신입사원 나탈리(안나 켄트릭) 세사람과 라이언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우수한 성적으로 아이비리그를 나온 나탈리는 뉴욕의 금융회사를 마다하고 애인을 따라 네브래스카 오마하까지 왔다가 버림을 받은 뒤 라이언 회사에 입사했다. 관계의 상처를 감춘 그녀는 매우 잔인한 태도로 라이언 처럼 해고 대상자회사를 일일이 찾아가 직접 통보, 상담하는 비효율보다 화상을 통해 원격으로 해고하는 기법을 창안해 해고회사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남을 해고하는 것이 직업인 라이언은 이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신이 해고 당할 처지에 놓이며 사장과 나탈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해고하는 과정이 인간으로서의 성의와 최선을 보여 줘야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그래서 on-off line 해고를 병행해 한번 어느 것이 나은지 test 해보자고 둘이서 미국 전역으로 해고기법 tour를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라이언은 투자실패로 신혼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된 결혼이 임박한 여동생 부부를 위해 가는 지역마다 동생부부 브로마이드 입간판 사진을 찍어주는 모처럼의 인정을 발휘한다(그는 여동생 결혼식에도 과연 올지 가족들이 의심하는 냉혈한이다) 그러다 one night stand를 자신과 비슷한 직업, 사고를 가진 유부녀 알렉스와 가지게 되나 사랑의 감정을 급속히 느끼게 된다. 라이언은 연애의 상처로 냉혈한이 된 나탈리와의 해고 방식의 차이를 가지고 다투면서 새삼 자신이 수십 년간 인간적인(?) 해고를 해왔다고 자각하게 되고 자신의 직업을 돌이켜 보게 된다. 항상 비행기, 호텔, 공항에서 일회용 인스턴트 사랑을 해온 라이언은 알렉스와 함께 여동생의 결혼식에 가게 되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결혼을 깨려는 예비신랑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인간의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중하류 층인 빈곤을 겨우 면한 그의 가족들의 고단한 삶도 건조하게 잘 묘사된다.
5. 나탈리가 화상으로 해고한 한 해고대상자가 통보 직후 자살하게 되고 알렉스에 모처럼 사랑을 느낀 라이언이 알렉스 집을 찾아 갔다가 유부녀 임을 알게 되면서 이 영화는 갈등 구조의 정점으로 이른다. 라이언은 알렉스에 갔다가 바람 맞고 충격 속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자 목표인 천만 마일 클럽에 가입했다는 환영식을 받지만 정작 기대했던 어떠한 말들과 감정도 나오지 않는다. 라이언은 자신이 마일리지를 여동생 부부의 해외 신혼여행에 돌리면서 자기가 쿨하고 시크한 삶이라고 생각해 온 공항, 비행기, 호텔로 이어지는 그의 부유하는 여정들이 무의미함을 깨닫는다. 자살로 충격 받고 회사를 그만 둔 나탈리를 위해 새 직장에 추천서를 써준다.
라이언은 그가 동기유발 세미나에서 자신의 백팩을 던져놓고 속을 비우라고 말했던 의미를 찾은 것일까? 빨리 여행가방을 싸고 검색대를 빨리 통과하는 노하우 만에 익숙했던 그는 이제 백팩을 비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채워야 할 필요도 있음을 깨닫는다.
6.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 올라갈 때 실제 해고자들이 여럿 나와 독백 같은 인터뷰를 한다. 해고 이후 그 어려운 세월을 견딘 것은 가족의 사랑과 격려 그리고 주변의 관심어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의 과정에서 구조조정, 효율화, 주주이익 극대화의 광풍 속에서 다운사이징, 정리해고 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잔인함 속에 사라져갔던 사람들에 바치는 일종의 레퀴엠이다.
마이클 무어는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러브스토리>로 대량 해고를 초래한 금융위기의 주범들을 해부했지만, 레이슨 라이트만은 외로이 떠도는 한 중년 해고 전문가를 통해 해고의 디테일을 드라마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 영화의 필링은 한겨울 오후의 조금 남은 가려진 햇살처럼 외롭고, 쓸쓸하고, 애잔하다. 이 영화에는 공중에서 내려다 본 비행기에서 보이는 미국 대도시의 모습이 배경이 바뀔 때 마다 나온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그냥 마천루 빌딩숲 대도시지만 그 속에는 숱한 사람들이 가장으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 한명 한명을 해고하는 것은 단지 숫자나 효율화가 아닌 그들의 삶과 모든 우주가 걸린 문제이다.
대공황의 과정에서 이를 초래한 주범들은 수천만 불, 수억 불을 챙긴 채 호화요트, 별장에서 살아가지만 해고대상자들 모두는 하루하루 극한 삶 속에서 버텨나간다. 이 영화는 해고 전문가의 시각에서 그들을 짜르는 것이 과정이 아닌 『사람과 관계된 일』임을 느끼게 만든다. 라이언은 자신 여동생 부부의 삶에서 자살한 해고자에서 인스턴트식 자유연애와 부유하는 그의 삶의 무의미에서 『더불어 살아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해고문제를 언론에서 숫자로 접하고 회장님들은 효율화로 투자라는 주주이익 극대화로 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불황의 시대에 저질러지는 해고가 숫자가 아닌 사람의 문제임을 그 극복이 연대와 사랑에 의해서 가능함을 조용히 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 더욱 더 많은 해고가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이런 대공황을 헤쳐가는 삶의 자세를 이 영화에서 배워야 한다.
라이언은 독백처럼 말한다.
『어느날 저녁 무렵 하늘을 쳐다보면 반짝이는 별과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을 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 속에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 일 수도 있다』고….
미국 아카데미는 미국 현실을 인정하기 창피한지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이 영화에 하나도 상을 주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더 사고가 깨어가며 영화를 통해 현실을 말하는 『조지 클루니』는 볼수록 멋있다.
우리 누구도 <up in the air>한 상황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것인가?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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