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보조기가 치료에 방해될 수도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
현대인에게 있어 디스크는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오는 질환이다. 디스크를 비롯한 척추 질환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예방보다 수술 치료 등에 치중해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 요통은 ‘블루칼라-육체노동자’의 병(?)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 미국에선 감기 다음으로 흔한 결근 사유가 요통이며 디스크 발병률도 블루칼라(육체 노동자)나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한 요통은 문명병이라고 해서 어떤 이는 마사이족은 요통이 없다고까지 주장하는데 대부분의 척추 의사들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한다고 한다.
인간의 등뼈는 척추라는 뼈, 그 주위의 근육, 인대 등으로 구성되며 근육, 인대와 뼈가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을 때를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먼저 근육, 인대에 문제가 발생해 근육 염증, 경직, 긴장, 퇴화 등을 보이고 근육과 인대의 지지가 적절치 못하면 결국 척추나 물렁뼈‧디스크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현대인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척추 주위 근육, 인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추부, 요추부의 긴장, 경직 등을 야기하고 척추 질환이나 통증 유발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로나 정서적 압박이 있을 때 뒷목이 경직돼 목이 부담스럽게 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특히 현대인은 문명의 발달로 육체적인 활동이 점점 줄어들어 척추 주위 근육과 인대가 계속 나약해지고 있다. 더불어 현대인들은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자세는 척추에 많은 부담을 준다.
학자들에 따르면 장시간 앉아 있는 화이트칼라의 요통 발생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많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요통을 문명병이라 주장한다.
문제는 갈수록 안락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앉는 자세는 선 자세보다 척추에 두 배나 많은 부담을 준다.
요즘에는 푹신한 의자에 드러눕다시피 앉아서 TV를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쿠션이 좋은 의자에서 비스듬히 앉아 있을수록 요통은 더 잘 생긴다. 편한 자세일수록 팔과 다리가 감당해야 할 하중이 척추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척추엔 딱딱한 바닥과 의자가 좋다. 앉을 때도 등보다 허리가 등받이에 닿는다는 기분으로 척추를 곧추 세우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 요통은 허리 디스크 때문(?)
허리 디스크의 경우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관경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현상이 몇 가지 있다.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허리 디스크가 아닌가 생각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매스컴의 영향, 의료 보험의 문제 등 몇 가지 원인이 있지만 특히 의료인의 책임도 크다. 요통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되며 그 중 일부가 허리 디스크에 의한 요통 유발이다.
전체 인구의 80%가 살아가는 동안 한 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하지만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3% 정도이다. 따라서 요통 환자의 극히 일부만 디스크‧추간판 탈출증에 의한 동통이다.
반면 우리 주변에는 디스크 환자가 많은데 이는 허리 디스크의 진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허리 디스크 증상이 없는 사람도 MRI 검사를 해 보면 40대에서 40%, 50대에서 50%, 70대에서 100%가 디스크 소견을 보인다.
디스크 증상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MRI 소견에서 디스크 양상이 보이는 것은 디스크 발생이 일종의 퇴행성 변화‧노화 현상라는 증거이다.
결국 MRI 소견만 보고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 요통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MRI 검사 소견에서 디스크가 보인다고 이 요통이 디스크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허리 디스크 치료, 허리 보조기 착용은 안 좋아
요즘 매스컴 광고에 다양한 요추부 견인 보조기가 소개되고 있다. 보조기를 하면 허리가 편안하다고 하면서 1~2년 동안 허리 보조기를 차고 다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보조기는 허리의 운동을 억제해 요추부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주위 근육 이완 효과 등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급성기 병 회복이나, 척추 골절의 고정을 위한 경우, 수술 후 이식된 뼈가 잘 붙게 하는 역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착용을 하게 되면 요추 주위 근육이 약해져서 만성적 요통이 생기게 되고 이 약한 허리 근육을 지탱하기 위해 보조기를 착용해야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요통은 만성화 된다.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는 허리 보조기가 치료에 엄청난 방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허리 디스크 경우는 초기 급성기에 착용하고 호전이 되면 걷기 등 요추부 근육 약화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결국 허리 보조기의 장기간 착용은 병 호전에 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척추센터 박찬우교수는 “튼튼한 척추를 갖기 위해 올바른 자세, 되도록 걷기를 생활화하는 습관, 어느 정도의 운동이 권장되나 운동할 여유가 없다면 틈틈이 체조‧스트레칭이라도 해 준다면 근육 강화와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메디컬투데이 김창권 기자(fianc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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