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2-17)
김해 재-보궐 선거의 야권 필승카드로 출마를 요청받아 온 김경수 전 비서관이 17일,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전 비서관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범민주 진영이 꼭 승리해야 하고, 그러길 위해선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부터 마음이 합쳐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하나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싸움의 불쏘시개로 쓰이길 원했는데, 정작 상황은 마음이 갈라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어 재보선에 나서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야권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데 재보선 몇 군데의 승패 때문에 서로간의 마음의 간극이 커지고, 그로 인해 이겨도 상처가 남고 져도 상처가 남는 상황을 깊이 아파하며 불출마를 결심한 그의 고뇌에 공감이 갑니다.
모두가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 서로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며 다투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나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심경을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는 비유로 어려운 결단의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노무현의 참모다운 ‘바보정신’입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어느 후보가 출마해도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후보로 평가됐습니다. 눈 딱 감고 출마한다면 당선이 될 수는 있지만, 자신이 금배지를 달거나 지역구 의석 한두 군데에서 그저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노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소중하게 키워나가 종국엔 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내내 노 대통령 곁을 지켰습니다. 퇴임 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김해로 내려와 살면서 노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서거 때도, 서거 이후에도 그는 봉하를 지키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셈입니다.
그가 노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짓던 모습을 저는 잊을 수 없습니다. 서거 직전, 당신을 모시고 있는 참모들을 모아놓고 일일이 물어본 노 대통령의 마지막 걱정. “자네는 먹고 살 방도가 있는가?”
걱정 안 하시게 무심코 “걱정 마십시오.”라고 답변은 했지만 그게 마지막 대화일 줄이야.
그는 “먹고 살 길도 없고, 대통령님을 떠나면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억지 생떼를 써서라도 그분을 우리 곁에서 떠나지 못하게 말렸어야 하는데, 잡지 못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고 울음을 쏟았습니다.
그는 길고 긴 고뇌의 기간 내내, 노 대통령이었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반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린 ‘버림’과 ‘비움’의 결론. 그의 어렵지만 순수한 결정 앞에 경의를 표합니다. 화려하게 나서기보다는 한 발 뒤로 물러나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겠다는 희생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가 노무현의 참모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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