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소감 한마디.

 

“워낙 불합리한 경우라 법원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고를 기다리면서 두근거리고 떨렸다. 다행히 이변 없이 올바른 판결이 나왔다.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든다. 내가 무얼 따낸 것이 아니라 잃은 것을 되찾은 거니까….”

- 이른바 ‘쓸모 없는 학과를 상대로 한 퇴출’은 다른 학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학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국립이든 공립이든 사립이든 마찬가지인 듯 하다. 기업식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다 보니 대학이 수행하는 공공적 역할은 등한시하게 된다. 소위 돈이 안 되는 학문은 모두 잘라내고, 병원이다 뭐다 지어서 돈벌이나 모색하려 한다. 서울대 법인화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 있다. 대학이 세제상 혜택을 받는 것은 골고루 학문을 육성하는 역할을 다하라는 의미에서인데, 설립취지와는 역행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학문을 자본의 논리로 보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 지난해 ‘김예슬 선언’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실제 대학가 분위기는 어떤가?

“솔직히 기업화 기류는 가속화되고 있고 그런 천박한 정서가 교육 공공성을 장악한 상태다. 객관적 분위기론 그렇다. 이를 위해 학교가 걸어놓은 장치들이 많은데 학교측은 그것을 가리키며 ‘이런 게 우리에게 도움 될 거야’라고 얘기한다. 학생들도 그런 대학과 발맞춰 가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런 분위기가 여론을 장악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반면에 그런 게 쌓이다 보니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대학이 대학답게 존재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 그런 것을 올곧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대학도 원 위치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상대적 세는 약하다. 그러나 위축되지 않고 더 날을 세우고 벼리고 하면 그게 또 거름과 밑바탕이 돼서 대학 정상화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고전하고 있더라도.”

- 대학의 자본화, 상업화가 진행될 때 가장 크게 도래하는 문제가 뭔가?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위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굴복시키게 된다. 학생들이 돈벌이만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공부하면 그건 학문 자체를 왜곡하는 것 아닌가? 기업화된 대학에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누릴 수 없다. 기업과 철저히 분리되고 독립해야 현존 최고권력인 자본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을 텐데…. 사회가 잘못된 길로 흘러갈 때 대학은 과감하게 비판하고 또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엇보다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적 역할이 있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다.”

- 한경비즈니스 등 경제지를 중심으로 중앙대를 대학 개혁의 중심지로 치켜세우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반면 재학생을 상대로 한 학교측 ‘사찰’이나 ‘손해배상청구’ 등은 지면이든 화면이든 잘 다뤄지지 않는다. 언론보도에 대한 섭섭함은 없는가?

“큰 불만은 없다. 나 자신도 겪었지만 지난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이젠 언론도 무감각해지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힘들게 싸워 가는 사람들이 한 둘도 아닌데 그에 비해 난 상대적으로 언급은 됐으니까…, 그만하면 불만 없다.”

- 업무방해, 퇴학처분 무효 등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학교에서 항소를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퇴학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넣었는데 1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고 3월 개강할 때 학교 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변호인이 얘기한다. 그래도 항소한다면 일단은 말리고 싶다. 교비에서 나가는 돈 아닌가? 교육적 효과나 개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교비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조금 우려되는 것은 학교로 돌아가도 학교가 우회적 방법을 동원해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일들을 벌이지 않을까 해서다.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를 막는다거나 더 이상은 잔인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단순히 학교로 돌아가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퇴학을 당한 것도 기업화된 대학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두산이란 대기업의 눈치나 보고 윗선의 의중은 무조건 관철하려 드는 것,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비상식을 버리지 못한다면 나 역시 저항의 움직임을 계속 가져가겠다. 전면적 구호를 내건 적 없지만, 작은 싸움을 계속 전개해 갈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