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성질환, 안전

건설노동자 '젖은' 시멘트 노출, 1급 발암물질이 몸속에(?)

pulmaemi 2010. 11. 2. 11:05

1급 발암물질 6가크롬, 젖은 시멘트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 '독'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건설노동자들이 시멘트 '독'이라고 불리는 중금속 물질에 노출돼있지만 기업이나 정부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노동자 스스로도 그 위험성을 잘 알지못하고 있다.

◇ 시멘트 유해성, 구토 증세로 '추락·사망'

노동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멘트의 유해성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2008년 경기 지역 A신축공사 현장에서 공사일을 하던 최모(남·51)씨는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현기증을 호소했다. 최 씨는 현장에서 어지럼증으로 휴식을 취하다 구토 증세를 느꼈고 공사 작업장 끝 발코니에서 구토하던 순간 발을 헛디뎌 추락해 사망했다.

최 씨의 사망 순간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최씨가 구토증세를 보였으며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내밀자 추락했다고 진술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측도 최씨의 사망 원인을 콘크리트 타설 중 수화열로 인한 체감온도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건설노조 박종국 국장은 "최 씨가 숨졌던 이유에 대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시멘트 냄새로 인한 구토증세가 아니었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며 "여름엔 시멘 트 위에 아지랑이가 필 정도로 냄새가 역하고 현기증을 유발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 젖은 시멘트 노출된 노동자, 흡수되는 '6가크롬'

건설노동자들의 경우 젖은 시멘트에 노출돼있어 유해성은 높아지게 된다.

시멘트에는 1급발암물질 6가크롬(Cr6+)이 함유돼있고 중금속 물질로 잘 알려진 카드뮴(Cd), 납(Pb), 비소(As) 등이 함유돼있다.

포함된 물질 중 특히 6가크롬은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다. 6가크롬은 피부에 강한 자극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자극성 피부염은 화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피부 상태가 젖어있는 경우 피부의 방어막이 손실돼 쉽게 피부염이 유발될 수 있어 시멘트를 사용하는 노동자 작업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건설노동자들이 작업 환경 자체가 젖은 시멘트 작업공간으로 이뤄져있고 젖은 시멘트에는 수용성 6가크롬이 함유돼있어 일반인보다 더욱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산업의학전문의들은 시멘트와 관련된 노동작업환경이 호흡기의 전 영역에 악영향을 미치고 피부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의학과 류현철 전문의는 "건설 업종에 있어서 시멘트와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는 접촉성 피부염, 피부궤양, 찰과상, 화학적 화상 등이 있다"며 "이외에도 분진자체와 그 속에에 함유된 6가크롬, 실리카 등으로 인한 폐질환, 진폐증, 폐암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철 전문의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멘트로 인한 건강권 침해 실태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류 전문의는 "2008년 가톨릭의과대 산업의학과 김용규 교수가 건설업 노동자 전체의 직종별 건강실태와 건강위해요소 등 총괄적으로 검토한 연구가 있었지만 시멘트 냄새로 인한 어지럼증 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시멘트 위험성, 노동자도 '잘 몰라'

건설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시멘트 독'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멘트가 몸에 닿아 화상이나 피부염을 일으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지적이다.

박종국 국장은 "건설노동자들은 시멘트 독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고 시멘트 공정 중에도 이를 유념하며 일을 한다"며 "그러나 빠른 작업속도 중 미처 이를 주의하지 못했다면 '시멘트 독이 올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과 위험한 일에 놓여있다보니 추락사 등 중대재해가 아닐 경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안들에 대해 실태조사 한번 이뤄진 적 없다"고 토로했다.

박 국장은 건설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시멘트가 실제 발암물질을 함유하는 등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려는 산업현장과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피력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에 집중돼있는 영월지역 시멘트공장 주변의 지역주민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치료가 실시됐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관련된 실태조사는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류현철 전문의는 "영월지역의 지역건강조사는 환경부에서 실시했다"며 "그러나 지역주민 이외에 생산을 담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는 진행된 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노동자들은 시멘트로부터 나오는 유해환경에 노출돼도 '막걸리'로 소독을 하는 등 여전히 시멘트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국 국장은 "노동자들은 시멘트가 옷으로 튀어 시멘트 독이 올라도, 막걸리로 휘휘 저어 소독하는 등 시멘트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장은주 기자(
jang-eunju@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