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당신이 있어 참 다행이다
(서프라이즈 / 스나이퍼 / 2010-06-01)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선거운동이 끝난다. 내일이면 그 결과가 나온다. 이길 것이다. 그러나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유시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 사람
지난해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내게는 엄청난 삶의 변화가 밀려들었다. 대통령님 퇴임 이후 <민주주의2.0> 개발에 참여해 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대통령님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동안, 비록 이명박 정권이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대통령님이 쓰시고자 했던 <진보의 미래> 연구를 참관하고, 동호회를 만들어 대통령님이 필요로 하시는 자료를 찾아 드리면서 나는 행복했다.
그런 내게 2008년 5월 23일은 잠깐의 행복과 영원히 이별한 날이었다. 내 삶이 끝난 날이었다. 대통령님과 함께 나는 죽었고, 내게 남은 것은 좌절, 분노, 슬픔, 냉소, 방황, 번뇌, 고통, 포기, 절망이었다. 내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책을 쓰고, 동호회를 만들어 대통령님 서거의 역사를 기록하고,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배낭 둘러매고 여행을 떠나고, 별짓을 다 했지만 여전히 냉소와 절망, 그리고 슬픔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유시민은 희망이라는 걸 살며시 가져다주었다. 물기 가득 머금은 슬픈 눈으로,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으로, 그리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으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 “좌절하지마, 우리의 삶은 계속 되잖아?”라며….
유시민, 정치의 위대함을 말하다
대통령님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어머니의 손을 놓쳐 버린 어린 아이처럼. 노무현의 길이 나의 길이었고, 그러기에 그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살아있기에, 주어지는 일이 강제하는 관성이 오직 나를 움직일 뿐이었다. 노무현의 길 끝자락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었다.
그런 내게 유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춘의 독서 180쪽)
이 책의 초판이 나온 2009년 10월 27일. 유시민은 이미 오래전에, 대통령님의 유골을 봉하마을에 묻으며, 노무현이 쓰러진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출발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노무현의 길에 서 있었다. 그리고 유시민이 그 길에 서서 길을 열어주기를 바랐다. <시민주권운동>과 <현실정치>라는 선택지 앞에서 나는 <시민주권운동>에 서 있었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입당을 내심 반대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끝내 공자와 맹자의 길이 아닌, 한신과 유방의 길을 선택했다. 유시민은 “책 쓰고, 강연하는 게 좋겠다”는 대통령님의 조언을 거절한 셈이다. 그 결심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해놓았다.
“유방과 한신은 야수적 탐욕이 판치는 정치-사회적 혼란과 전쟁의 한복판에 몸을 던졌다. 때로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고 때로 스스로 야수가 되어 싸운 끝에, 야수의 탐욕이 지배하는 혼란의 시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냈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민중의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창과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했다. 민초들이 공포감에서 벗어나 생업에 힘쓰면서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늙은 부모를 편안히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비록 그 평화의 시기가 몇백 년에 지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것은 공자와 맹자 같은 고귀한 성인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일이었다.” (청춘의 독서 180쪽)
유시민의 출사표는 이렇게 쓰여졌다. 나는 비로소 내가 겁쟁이였음을 알았다. 현실의 힘에 눌려, 야수들의 번득이는 눈빛과 이빨에 겁을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유시민의 분노와 냉소만 보았을 뿐, 그의 따뜻함과 용기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노무현의 길, 유시민의 길
유시민이 걷고 있는 길은 무엇일까?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그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의 결기를 만난다. 그는 노무현 복제품이 아니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빛나는 창조적 계승자다. 노무현은 노무현의 길이 있었고, 운명이 있었듯이, 유시민은 그렇게 노무현이 쓰러진 바로 그 지점에서 창조적 계승을 하고 있다. 노무현 교조주의자가 아니라,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87년 김대중과 김영삼의 이른바 양김 분열 이후 극도로 왜소해진 한국 진보세력. 김영삼의 투항으로 균형이 무너진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노무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역주의와 싸웠다. 그리고 그 꿈으로 탄생한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순간, 노무현의 꿈도 함께 쓰러졌다. 20년간, 모든 정치인생을 걸고 싸웠던 지역주의 앞에 노무현은 끝내 쓰러졌다.
몰상식한 사이비 보수세력마저 대화와 타협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며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실험했던 노무현은 탐욕스러운 야수들 앞에 쓰러졌다. 몰상식을 상식으로 대했던, 그들도 인간이기에 대화의 상대로 신뢰했던 고결한 영혼은 쓰러졌다.
유시민은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바보 노무현>이 했던 그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작했다. <진보대연합>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지사 후보 단일화는 단순한 승리를 얻기 위한 방정식이 아니다. 87년 이후 왜소해진 한국 진보진영의 재건을 위한 첫 발걸음이다. 몰상식한 세력과의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언제 최종적으로 승리할 수는 알 수 없지만….
“서로 다른 그대로 동지가 되고 친구가 되는 범야권의 공동정부가 시작될 것입니다.”
유시민,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진보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내게 유시민은 해답을 주고 있다. 공자와 맹자에게서 길을 물었던 내게 유시민은 정치의 위대함을 말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야수의 비천함도 감수하겠다는 그 용기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가치와 철학, 정책과 비전, 인물과 세력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명석하고 탁월한 통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을 향한 그 따뜻한 시선에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
유시민이 없었더라면 노무현 대통령님의 지지자들은 과연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뿔뿔이 흩어져서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다른 생각으로, <노무현의 길>을 외치며, 저마다 다른 자리에서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싸우고 있지 않을까?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한
유시민 당신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스나이퍼
※ 유시민을 빚쟁이에서 벗어나게 합시다. 6월 2일까지 후원금을 낼 수 있습니다. 연말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는 돈입니다. 내일이 지나면 후원금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습니다.
※ 유시민 펀드에 가입하신 분들은 그 돈을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받습니다. 그러니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분들은 펀드에 가입하신 액수만큼 후원을 하면 좋겠습니다.
※ 유시민 후원하러 가기 : http://usimin.net/?mid=supporters
※ 참고글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51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