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건강

"고탄수화물 섭취가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위험 높인다"

pulmaemi 2022. 6. 16. 15:49

염증 원인 세균 발현 증가…간섬유화 진행 막는 박테리아는 감소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고탄수화물 섭취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에 변화를 일으켜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및 증상악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지속할 경우 비알코올 지방간의 발병 위험이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김원 교수 연구팀은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NAFLD)’이 진단된 환자 129명과 정상 대조군 75명 등 총 204명을 식이 섭취량에 따라 ‘고탄수화물 섭취군’과 ‘저탄수화물 섭취군’으로 나눈 후 탄수화물 섭취량에 따라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위험에 차이가 발생하는 지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그룹별로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과 관련이 있는 바이오마커의 체내 발현 수준을 비교하는 한편, 대상자들로부터 채집한 대변 샘플을 기반으로 탄수화물 섭취 정도에 따른 장내 미생물 환경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탄수화물이 하루 섭취 칼로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고탄수화물 섭취군은 그렇지 않은 저탄수화물 섭취군과 비교해 비알코올 지방간이 발병할 위험이 유의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수화물 섭취와 간 손상 마커(ALT)와의 상관관계는 고탄수화물 섭취군에서만 양의 상관관계가 확인됐으며, 이는 잠재적 혼란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통계적 유의성이 유지됐다(p=0.053).

탄수화물 섭취와 인슐린 저항성 바이오마커(HOMA-IR, adipo-IR) 사이의 연관성도 고탄수화물 섭취군에서만 유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을 가진 고탄수화물 섭취군은 조직학적 중증도가 상승함에 따라 염증의 원인이 되는 장내 세균 발현이 증가한 반면, 간섬유화 진행을 막는데 도움이 되는 ‘베일로넬라시에(Veillonellaceae)’, ‘루미노코카세(Ruminococcaceae)’ 박테리아의 장내 풍부함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아울러 비알코올 지방간 진단을 위한 예측모델에 미생물군을 추가할 경우에는 BMI와 연령, 성별만을 이용한 경우보다 예측의 정확성이 12%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진은 고탄수화물 섭취가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부정적인 변화를 일으켜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및 악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의 교신저자인 김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높은 비중의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군의 변화로 인해 간 대사기능 및 비알코올 지방간의 중증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탄수화물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영양소 균형이 잡힌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SCIE급 국제학술지인 ‘장 미생물 저널(Gut Microbes)’에 지난 5월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