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건강칼럼

불임의 나라

pulmaemi 2010. 1. 4. 17:39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1-4 12:44)



불임의 나라

(서프라이즈 / 내과의사 / 2010-01-04)


출산율이 세계최저 수준이란다. 언론은 요란하게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호들갑을 떤다. 쥐새끼가 대장놀이를 하는 오늘의 대한민국 정부도 출산 장려 대책이란 것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두가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쇠 하는 위선일 뿐이다. 솔직해지자. 사람들이 애 낳기를 기피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키우기가 힘들다는 거다. 키우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 요약된다. 바로 부동산과 사교육이다.

 

대한민국 가계가 부동산과 사교육에 쏟아 붓는 기회비용의 수준은 이미 상식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아이가 없는 부부와 있는 부부, 한 자녀를 가진 부부와 그 이상 자녀를 가진 부부들이 집을 사고, 아이들 가르치는데 드는 비용의 차이를 계산해 보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게다가 예전처럼 자식 농사 잘 짓는다고 노후대책이 빵빵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시절이다. 쉽게 가자. “무자식이 상팔자”이다.

 

하지만 쥐새끼를 정점으로 조폭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조중동 재벌사법 권력 집단이 부동산과 사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부동산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원칙에 따라서, 사교육은 경쟁의 논리에 입각한 학력유지라는 원칙에 따라서 현재의 모순구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애를 낳자고 주절거리고 있다. 등치고 배만지는 양아치들의 습성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 아침 뉴스에 일본 엄마들이 우리나라 산부인과로 원정을 와서 애를 낳고 산후조리를 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일본 아줌마들 입장에서 값싸고 서비스 좋아서 그러고 있단다. 이제 산부인과 업계는 일본 엄마들을 블루오션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상한 코치라도 해주는 분위기이다. 새해 벽두부터 막말 한 마디 한다. 산부인과 업계에서도 드디어 한국 애새끼 값보다 왜놈 애새끼 값을 많이 쳐주는 시절이 왔다고.

 

저들은 절대로 부동산과 사교육의 착취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아니 바꾸지 못한다. 왜? 이 두 가지가 저들이 움켜쥔 기득권을 자손만대로 누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기 때문이다. 자연인구 감소라는 대한민국 사회의 대재앙이 도래해도 저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른바‘ 다문화 가정’이라는 편리한 해결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의 부족한 노동력은 불법이든 합법이든 이민자들이 채울 수 밖에 없을 거다.

 

저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저들의 다스림을 받는 ‘천한 것’들이 툭하면 촛불 들고 모여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구호나 외치는 골치 아픈 존재들이 아닌, 시민권도 없이 하루하루 먹고 살자고 빌빌거리며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해주는 고분고분한 존재들이길 바랄 것이다. 어차피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개념은 화장실 밑닦는 종이로 팔아먹은 저들 아니던가.

 

모두가 미친 듯이 신분 상승의 망상을 품고 부동산과 사교육에 자신들의 기회비용을 털어 넣지만 그것은 오히려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더더욱 두텁고 높게 쌓아주는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부동산과 사교육은 이제 사회 계층간 유기적인 순환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교두보로 작동하고 있다. 계층간 유기적인 순환이라는 신진대사 기능이 마비된 사회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불임’을 최종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도 그래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까.

 

지역 차별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해마다 급증하는 이민자들과의 갈등을 포용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소수이고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불만과 저항은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민족도 공권력에 대든다고 산채로 태워 죽이는 저들이 이민자들의 불만과 저항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만 해도 나는 소름이 돋을 뿐이다.

 

결국 조금이라도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모두 불임의 나라 대한민국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조폭과 다를 바 없는 한나라당 조중동 재벌사법 권력이 바라는 대로 고분고분한 천한 것들만 남아 ‘차카게’ 다스림을 받는 그런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한글’을 만들었던 5천년 역사의 배달겨레가 60년 넘게 꾸려왔던 공동체 대한민국이 붕괴되는 시점이 되리라.

 

나는 단언한다. 그래도 저들은 전혀 개의치 않으리라고. 기업이 부도나기 전, 회사 재산 모두 자기 앞으로 빼돌리고 잠수 타버리는 악덕 기업주처럼 저들은 대한민국의 붕괴가 가시화 될 때, 팔아먹을 수 있는 모든 것 팔아먹고 저들이 애타게 흠모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새끼 귀족 자리나 꿰차면서 자신들의 다음을 도모할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운명? 아까 말했다. 저들은 화장실에서 밑닦는 종이로 팔아 먹은 지 오래라고.

 

새해가 밝았다. 내 눈에 비쳐지는 대한민국은 그저‘불임의 나라’이건만, 잘나가는 인간들은 TV에, 라디오에, 신문에, 인터넷에 등장하여 약속이나 한 듯 새해랍시고 같잖은 희망가나 읊조리고 있다. 그들의 개념 상실한 희망가를 듣고 있자니 상가 집에서 절할 때 뜬금없이 울려대는 ‘와 이리 좋노~~’가락의 핸드폰 벨소리가 떠오를 뿐이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희망가 합창단’은 IMF 같은 위기가 닥치면 일찍이 위기를 감지한 지식인이라며 서민들 상대로 장롱에 박아둔 금이나 모으자는 웅변을 쏟아내는 우국지사로 둔갑할 것이라고.

 

영화 ‘실미도’에서 684 부대원들은 버스 안에서 자폭 직전, 피묻은 손가락으로 버스 벽에 자신들의 이름을 적었다. 파리를 파리채로 잡으면 알을 까면서 죽는다. 교수형이든 자살이든 목을 매단 시체는 반드시 사정(射精)을 한다. 그렇게 사람은 죽음이 임박하면 존재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자 한다. 그리고 사람을 비롯한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우주에 남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손을 잇는 일이다. 사람이 느끼는 쾌락 중 성욕의 비중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 아니던가.

 

그러나 불임의 나라 대한민국의 서민들은 이제 부부의 인연을 맺는 일도, 자손을 보는 일도 포기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부동산과 사교육이 무너지면 나라가 끝장난다는 기득권 조폭의 협박에 스스로의 운명을 맡긴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세운 철벽 진입장벽에 스스로 가진 알량한 기회비용 모두를 신분상승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제물로 바친다.

 

그런 인생들을 보면 나는 그저 병신들이라고 욕해주고 싶을 뿐이다. 너희들과 너희들 애새끼들 고자, 석녀로 만들고 있는 존재들이 부동산 가격 튀겨준다고 한마디만 해주면 눈알이 뒤집혀서 ‘한나라당 조중동 만세!’를 외치는 저렴하고 하찮은 인생들 말이다.

 

오늘 아침 폭설을 뚫고 출근해보니 No.1 원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이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며 병원 앞길 쌓인 눈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구두에, 코트에 정장 차림인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중장비 동원’한다며 벽에 걸린 홍보 패널 떼어다가 널빤지 삼아 눈을 팍팍 밀어야 했다.(그전까지는 모두 빗자루와 쓰레받기만 사용 했었더라는....)

 

눈을 치우지 않으면 환자가 오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나도 월급을 받지 못한다. 우리는 내리는 폭설을 그치게 할 수는 없지만, 쌓은 눈은 치울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치워야만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오늘 당장 쥐새끼를 잡아 죽여도 정치를 지배하는 조폭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창궐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눈이 내림을 막을 수 없듯, 사람의 영역 바깥의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쌓인 눈을 치우지 않으면 밥을 굶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된다. 그리고 내 집 앞 쌓인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

결혼하고 싶은가. 아이를 낳고 싶은가. 소중한 당신의 아이가 넉넉한 공간에서 구김없이 자라게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부동산과 사교육에 얽힌 당신의 망상부터 부셔버릴 일이다. 당신의 그 망상을 인질로 잡고 당신의 보스로 행세하고 있는 한나라당 조중동 재벌 사법 조폭 권력과의 노예계약을 가차 없이 찢어버려야 할 일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당신의 치명적인 불임을 고쳐주지 못할 것이다.

 

추신) 2009년 하반기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신종 플루와 연말 건강검진 환자 진료 때문에 딱 두 달 동안 서프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때마침 내리는 폭설이 저에게 망중한을 허락하여 조금은 거친 글을 올립니다.(글을 쓰다보니 한명숙 총리 사태를 비롯한 여러 이슈에 그간 쌓이고 쌓인 감정이 그대로 묻어 나오게 되었다는...) 서프앙 여러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의 최대 안티 논객이신 ASH님께서 저에게 연말에 하신 말씀으로 새해 인사를 마무리 합니다.

 

“ 2009년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잃는 가슴 아픈 한해였지만 2010년은 나머지 전직 대통령과 현직까지 보내 버리는 기쁨에 찬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시다.”


(cL)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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