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정신 질환 동반한 만성 질환일수록 사망률 높아

pulmaemi 2022. 2. 7. 13:44

만성 질환과 정신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 조기 사망 위험이 크다는 연구가 나왔다.

비감염성 만성 질환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 결과가 학술지 ‘PLOS 메디신(PLOS Medicine)’에 게재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만성 호흡기 질환,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4100만 명에 달하며, 이러한 질환들은 신체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질환의 장기적 영향은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경우 불안, 우울증, 섭식 장애 등에 걸릴 위험이 크다.

또한, 심혈관질환을 앓는 사람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기분 장애, 불안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할 확률이 높으며,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 역시 불안이나 기분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이러한 비감염성 만성질환과 정신 질환 간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1932년부터 1995년 사이에 태어난 107만 4222명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이들 중 당뇨 환자는 25만 5579명,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는 24만 9825명이었으며, 심혈관질환의 경우 56만 818명이었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의료 기록을 검토함으로써 우울증, 기분 장애, 알코올 중독, 약물 오남용, 불안 장애, 성격 장애, 양극성 장애, 조현병 등의 정신 질환 병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의 4분의 1 이상이 정신 질환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석을 통해 비감염성 만성질환을 진단받은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 참가자의 약 7%가 사망했으며, 0.3%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신 질환이 동반된 경우 사망률은 더욱 높게 나타났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의 조기 사망률은 15.4%로, 만성 호흡기 질환만 앓고 있는 경우의 5.5%에 비해 높았다.

심혈관질환 환자의 조기 사망률 또한 정신 질환의 동반 여부에 따라 21.1%와 9.1%로 다르게 나타났다. 자살률의 측면에서도 심혈관질환과 정신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1.6%, 심혈관질환만 있는 경우 0.1%로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비감염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평가의 필요성이 드러났다며, 정신 질환의 발생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여 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은 환자의 예후 개선에 매우 증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만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 질환 검사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질환의 치료를 위해 내원했을 때,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에 대한 검사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진은 현재 고위험군 만성 질환자의 자살 위험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만성질환이 조기 사망과 자살의 위험 증가에 기여하는 생물학적,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다음 연구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디컬투데이 한지혁 기자(hanjh3438@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