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건강

농민과 손잡고 난치 피부병에 도전한 부부 한의사

pulmaemi 2021. 3. 11. 16:10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

“내 평생의 소원이라면 사우나 한번 가보는 것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태열이라는 이름으로 아토피 환자였던 박모(51세)씨. 보통의 사람들에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병을 오래 앓아본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소원이요 한결같은 바람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기까지 가려움증에 잠을 설치고 긁은 자리에 생기는 진물과 이로 인한 2차 감염, 코끼리 가죽처럼 두터워진 피부를 마주하면 깊은 절망감마저 든다.

증상이 심해질 때마다 병원을 찾아 당장의 가려움을 억눌러도 보고 여기저기 이곳저곳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 보습제 등도 수도 없이 사용해 봤지만 여전히 증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처럼 개선되지 않는 피부 상태에 고충이 클 뿐만 아니라 뒤늦게 얻은 아들의 아토피 피부를 보면 내 탓인가 싶어 마음이 편치 않다.

문명의 발달로 갈수록 생활은 편리, 쳥결, 풍요로워졌고 의학의 발달로 이젠 암조차도 정복 가능한 시대를 맞이했으나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질환 환자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어려서 홍역 열을 풀지 못해 피부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던 최병학 한나라한의원 원장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었던 가려움의 고통이 마치 어제의 일인냥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소금을 풀거나 담배잎 삶은 물로 환부를 씻으면서 그 따가움으로 잠시나마 가려움을 잊는 것이 전부였다.

피가 나도록 긁다가 나중에는 입 밖으로 혀가 빠져 나올 정도로 힘이 들어 지쳐 잠들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한의사가 된 이후로 그에게는 평생의 숙제였다.

일본 와세다 대학 인간과학학술원 초빙연구원으로 재직할 당시 일본 약학계의 석학으로 신약 개발 4개를 성공한 신약 개발 전문가 이토(伊藤) 박사와의 만남은 피부병 치료에 대한 큰 도전이 됐다.

그는 치과 치료 중 항생제 부작용으로 인한 장내 세균의 변화로 척농세포라는 악성 피부병이 양손을 중심으로 발생돼 악수는커녕 면장갑을 끼고 다닐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으나 준텐도(順天堂)대학병원에서 처방 받은 스테로이드를 포함 모든 약을 끊게 하고 한약만으로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만에 완치되면서 서양의학의 한계와 한의학의 효용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한의학 고전에 기록된 처방을 바탕으로 외국 논문을 검토하고 연구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중 동충하초의 주요 성분이 피부 질환에 특별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동충하초에 집중하게 됐다.

중국의 육상 선수들이 먹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고 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동충하초’는 면역력 증강 등에 아주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인공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 세계에 300~400종 정도나 되고, 한국에서도 그 종류만도 80여종이나 되기에 어떤 것이 피부에 효과가 있는지를 찾는 것이 관건이었다.

숙주가 되는 곤충의 종류와 균종에 따라 형태, 색깔, 맛과 효능이 다르고, 번데기, 누에, 귀뚜라미, 굼벵이 등을 숙주로 하지만, 현미, 귀리, 미강과 같은 곡물을 숙주로 이용해 재배하기도 하기 때문에 같은 동충하초라 하더라도 그 약효의 유무나 효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하며 이로 인한 논문은 미국에서만도 수백여편에 이른다.


그러던 중 오랜 시간 피부병에 특화된 동충하초의 재배를 연구하던 밀양의 동충하초 농가를 만나 피부질환 맞춤형 특수재배에 성공하게 됐고, 다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한 결과 5년에서 50년 이상 된 악성 아토피 환자들까지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박수율 동충하초는 피부에 효과가 있는 150여종의 다양한 한약재들과 농산물을 중심으로 피부 면역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배합과 폐기를 반복하며 주변으로부터 ‘피부병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전 재산을 쏟아 부어 연구한 끝에 결국 일반 동충하초와는 차별화된 한약 처방을 기본 배지로 한 자실체 없는 다당체 동충하초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재배된 동충하초는 한의원에만 공급하므로 농가로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안심하고 재배에만 전념하게 되고, 한의원은 직영 농장을 갖추게 되는 가운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도모하게 돼 농민과 한의사가 합심해 농가 수익을 보장하는 새로운 농업 형태의 모델을 창출했다.

또한 한의원 원내에서는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해독요법을 비롯한 적절한 치료와 함께 한약으로 특수하게 재배된 동충하초로 처방한다.

또한 부부 한의사로서 함께 진료하는 박경미 박사는 세계적으로 명망이 있는 고려대학교 성대동 박사팀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아 고농도의 다당체와 중요물질에 대한 분리추출에 성공하면서 피부 환우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품 개발을 앞두고 있다.  


메디컬투데이 고동현 기자(august@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