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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쉰다’ 국민행동지침에도…“국내 민간기업 유급병가 7.3%에 불과”

pulmaemi 2020. 9. 16. 13:39

조사대상 민간기업 중 42%만 취업규칙에 병가 명시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프면 쉰다’는 국민행동지침이 나왔음에도 사회적 필요성에 비해 제도적 기반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42%의 민간기업만이 취업규칙에 병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유급병가를 명시한 곳은 7.3%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실 김수진 부연구위원과 포용복지연구단 김기태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건복지 이슈앤포커스의 ‘우리나라 병가제도 및 프리젠티즘 현황과 상병수당 도입 논의에 주는 시사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에서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도 출근하는 노동자의 현황이나 기업이 제공하는 상병휴가 현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패널 및 근로환경조사를 분석한 결과 임시직, 일용직, 비정규직 집단이 기업 상병휴가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 상병수당제도 도입 시 이들 취약 노동집단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상시 1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국내 493개 민간기업의 취업규칙 자료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약 42%의 사업장이 취업규칙에 병가제도 규정을 담고 있었지만, 전체 사업장 중 유급병가를 제공하는 기업 비율은 7.3%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및 건설업’은 평균 47.9%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3.0%이며,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서비스업’은 평균 63.0%가 병가를 제공하지만 유급병가인 경우는 9.6%였고,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그 비율은 7.5%로 제조업의 동일 규모 사업장보다는 높았다.

병가제도가 있는 경우 최대 사용 가능 기간은 평균 1.66개월로 ‘제조업 및 건설업’ 1.47개월, ‘서비스업’ 1.74개월이었다.

2016~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해 노동자 개인 수준에서의 병가 현황 분석 결과 직장에서 병가를 제공한다고 답한 비율은 46.4%,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로 나타났다.

각 비율은 상용직에서 가장 높고 일용직에서 가장 낮았으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 또한 컸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직장 병가 제공 비율은 상용직 84.3%, 임시직 51.3%, 일용직 17.8%였고 정규직 87.0%, 비정규직 54.4%였다. 본인도 병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상용직 77.7%, 임시직 29.1%, 일용직 6.0%였고 정규직 82.1%, 비정규직 33.9%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팀은 “노동패널 자료는 병가 제공 여부에서 유급과 무급을 구분하지 않고 있어 유급으로 제한할 경우 그 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17년 5차 근로환경조사를 바탕으로 아파서 쉰 비율과 아파도 출근한 비율을 세부 집단별로 비교한 결과 임금근로자가 아파서 쉰 비율은 11.1~12.5%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단순노무직은 아파서 쉰 비율이 8.9%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아파도 출근한 비율은 16.9%로 상대적으로 높아 아파도 출근한 비율이 쉰 비율의 1.9배인 반면, 다른 직업군은 1.2~1.5배였다.

연구팀은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 50%의 사업장에 병가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일하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유급병가제도 도입이 필요함을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병가제도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지 않고 개별 기업의 재량에 맡겨질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누가 더 아파도 쉬지 못하는지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일용직, 비정규직 등에서 병가 적용률이 낮고 아파서 쉰 비율 대비 아파도 출근하는 비율이 특히 더 높았는데, 상병수당 도입 시 이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향후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 고용주의 법적 책임을 일정 수준에서 강화하는 것과 공적 영역에서 재원 조달을 통해 아픈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두 가지 접근이 모두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또한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면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컬투데이 박정은 기자(pj9595@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