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심혈관계 질환

“심장을 지켜야 신장을 살린다”

pulmaemi 2020. 1. 15. 15:59

적극적인 치료군서 신장 기능 향상 확인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 

‘심장’과 ‘신장’ 두 장기는 어느 장기보다 상호 연관성이 깊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장기도 문제가 생겨 ‘심신(心腎)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다. 

심장 전문의들은 일반인보다 2~3배나 많은 심장질환자의 신장기능 저하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표준 치료지침을 세우고자 노력했으나 신뢰할만한 근거 연구가 없어 고민해왔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 박제욱 심장내과 전문의,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양필성 교수팀은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을 추적한 결과, 신장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 중 하나다. 심장에서 나가는 혈액의 25%는 신장으로 공급된다. 심방세동으로 심장 운동 기능이 떨어져 충분한 혈액이 신장에 공급되지 못하면 원활한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신장 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내부에 정체되는 ‘울혈’ 증상이 생겨 내부의 압력상승으로 신장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브란스병원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571명을 5년간 추적, 조사했다. 아울러 비교군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해 약물치료만 받은 1,713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같이 5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군이 약물치료 환자군보다 신장기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신장기능 척도는 ‘사구체여과율’(GFR)을 사용했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이 1분 동안 깨끗이 걸러주는 혈액량으로,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이다.

전극도자절제술군은 치료 전 81.4㎖에서 치료 5년 후 84.6㎖로 사구체여과율이 증가했다. 약물 치료군은 치료 전 81.8㎖에서 치료 5년 후 82.4㎖로 적은 향상률을 나타냈다.

또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와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 모두 5년간 정상 심장 박동을 유지한 환자군이, 심방세동이 반복적으로 재발한 환자군에 비해 평균 2.7배 정도 신장 기능 향상을 보여줬다. 

박희남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심장 박동의 정상 리듬을 회복시킴으로써 충분한 양의 혈액 공급과 신장 내 원활한 혈액 흐름이 신장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라고 설명했다.  

또한 당뇨병이 동반되지 않은 전극도자절제술 시술 심방세동 환자군 중 신장기능 향상을 보인 환자 비율이 42.4%로 당뇨를 동반한 시술 환자군(31.3%)보다 10%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박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시행되는 전극도자절제술 치료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라며 “앞으로 심방세동 환자들의 신장기능 보존을 위한 적극적 치료 가이드로서 이번 연구가 널리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AHA) 발간 ‘미국심장협회 저널’에 게재됐다.  
메디컬투데이 손수경 기자(010tnrud@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