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진료비 선납 강요…“무전퇴원, 유전입원” 외치며 거리로 나선 암환자들

pulmaemi 2019. 11. 22. 16:55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되자 요양병원 암환자 집단 퇴원 사태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믿어왔던 보건정책, 돌아온건 강제퇴원”

 
“암환자 치료 방해하는 보건당국 각성하라”
“말로만 하는 보장성강화, 중증암환자 병원강퇴”

21일 오후 암 환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 모였다. ‘무전퇴원, 유전입원’ 암환자 권익을 촉구하는 집회 현장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이달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타 의료기관 진료 시 ‘요양급여의뢰서’를 지참하지 않을 경우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면서 암 환자의 요양병원 집단 퇴원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도 G 요양병원에서 10일간 무려 암 환자 35명이, 또 광주광역시 한 요양병원에서도 같은 이유로 20명이 넘는 암 입원환자들이 퇴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양병원은 입원 중인 암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CT, MRI 검사를 받거나 항암 또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때 해당 상급병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외래 진료한 뒤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부담금만 받고, 직접 심평원에 진료비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외래진료를 한 병원들은 진료비 전액을 100/100 방식으로 수납한 뒤 암 환자들로 하여금 입원 중인 요양병원에서 정산받도록 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에 따르면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1회당 40만원인 방사선치료를 30회 받은 경우, 총 진료비 1200만원의 5%인 60만원을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11월부터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외래진료동의서를 제출한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에게 대리 선납하고 추후 납부영수증을 요양병원에 제출해 정산받으라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대학병원들이 암 환자들에게 항암, 방사선 치료비 수 천 만원 선납을 강요하고 복지부가 이를 묵인하면서 암 환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 하고나면 쫓겨나듯 퇴원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병원들의 탐욕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퇴원한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대형병원을 통원하며 힘겹게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이어가야 했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상급병원에 갈 때마다 적게는 수 십 만원, 많게는 수 백 만원의 약값을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요양병원에서 퇴원하고 외래 진료를 받으라는 것은 암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이자 또 다른 ‘무전퇴원, 유전입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ralph0407@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