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청년에게 꿈을

내년부터 서울 초3·중1 ‘기초학력 평가’

pulmaemi 2019. 9. 6. 14:42

교육청 ‘기초학력 보장안’
초2 ‘집중학년제’·중학생 ‘책임지도제’로 부진 예방
일각선 낙인효과 등 우려…“진단 아닌 지원에 초점을”

내년부터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은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험을 치르게 된다. 최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따라 학습 부진자를 사전에 파악해 학습 부진이 누적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낙인효과’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세부적인 보완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이 5일 발표한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은 매해 3월 전수조사 형식으로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험을 치른다.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은 읽기·쓰기·셈하기 능력, 학업 난도가 급상승하는 중학교 1학년은 읽기·쓰기·셈하기에 더해 국·영·수 교과학습 능력을 평가받는다.

평가는 학교별로 3월 중 적당한 날을 골라 진행되며 진단 결과는 평소 학습태도 등에 대한 분석과 함께 보호자에게 통지된다. 진단평가에서 학습 부진자로 판별된 학생에게는 보다 전문적인 진단을 위해 추가로 2·3차 검사를 진행한다. 3차 진단에서 난독 혹은 경계선 지능 판정을 받은 학생에게는 전문적인 치료와 학습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안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2017년 교육부는 ‘성적 줄세우기’와 문제풀이식 학습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전수조사 형태의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조사를 하는 학력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3생과 고2생 중 일부를 표집해 진행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교육부는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의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성적에 의한 줄세우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학교의 기초학력에 대한 책임은 드러내놓고 강조하지 못하는 불편한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이번 진단평가는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적 성장’이라는 공교육 과제에 생긴 공백 지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또 조 교육감은 진단평가가 과거의 일제고사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일제고사형 단일척도가 아니라 각 학교가 자신들에게 맞는 도구틀을 선택할 수 있도록 5~6가지 진단지표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낙인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지원이 필요한 학습 부진 학생을 조기에 찾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찾아내도 ‘낙인효과’를 우려한 학부모가 아이를 남겨 공부시키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게 어떻게 검증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지, 교사들의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홍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대변인은 “기초학력 대책은 진단이 아니라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초학력 진단 결과가 학교 밖으로 유출돼 ‘학교 서열화’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교원·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모니터위원회를 운영할 방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행 전 남은 6개월 동안 교원단체 등과 협력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부진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 초등학교 2학년에 ‘집중학년제’를 운영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단위학교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를 운영해 졸업 전까지 우리말 기본문장을 이해하고 분수를 계산할 수 있는 등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책임 지도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2019년 86억원이었던 기초학력 향상 지원 예산을 2020년에는 약 250억원으로 확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9051813011&code=940401#csidx62a49c5c10ab957bbaa64e90e717c5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