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 관련 의혹을 계기로 “대학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언급하면서 대입제도 개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주무 부서인 교육부와 사전 교감 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교육회의 주도로 우여곡절 끝에 정시 비중을 30%로 늘리는 입시안이 마련된 지 불과 1년여 만이라 교육부 내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조 후보자 딸 논란으로 인해 교육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무시하지 못할 만큼 악화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고,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대학 입시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확대하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자 발언을 철회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진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종의 공정성 여부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살펴오고 있으며, 최근 별다른 논의를 새로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조 후보자 딸이 2008년 외고 재학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종 폐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정부는 2013년 입학사정관제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환한 후 논문, 공인어학성적 등의 기재를 금지하는 등 과도한 외부스펙 경쟁을 막기 위해 꾸준히 제도를 개선해왔다”는 설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종 폐지냐 정시 확대냐를 놓고 싸울 것이 아니라, 차제에 대학서열화로 인한 과도한 입시 경쟁을 타파할 근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시를 확대해 학생들을 다시 성적순으로 줄세우기 하는 것은 시대 변화를 역행하는 것이란 우려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현재의 학종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비교과 과목 수상경력 대입 미반영, 공공사정관제 도입 등으로 공정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면서도 “불공정한 사회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학종이 아니라 과도한 대학서열화의 후광효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것을 건드려야지 정시를 확대한다고 대입의 공정성이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인 공영형 사립대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 수도권 대학 중심의 서열화를 깨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제도 개편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달라지는 교육과정에 맞춰 이참에 고교체제 개편 등 전반적인 교육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지금 논의되는 학종의 공정성 시비는 표층적이고 피상적”이라며 “고교서열화 문제와 수능·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문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대입 중심으로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고등교육 체질 개선을 위해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국·영·수 외에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갖추고 절대평가 과목을 늘려야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절대평가 방식의 필기시험은 대입을 성적 줄세우기로 가르는 정시 확대와는 정반대 방향에 놓여 있다. 전 소장은 “정부가 지금처럼 교육체제 개편에 손 놓고 있으면 안되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염두에 두고 전체 개혁안을 준비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 중인 만큼 대입제도 개편 논의는 유 부총리가 돌아온 뒤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입시제도는 4년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 이전에 공표해야 하므로 입시제도가 개편된다 하더라도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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