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사회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5년…정부 ‘빅데이터망’ 확대만으론 복지 사각 찾기 한계

pulmaemi 2019. 8. 16. 12:50

한씨 모자, 통합관리망에 잡혔더라도 비극 방지 확신 못해
전문가들 “위기가구에 담당자 지정, 지속 관리 시스템 필요”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증평 모녀 사건’ 등이 발생한 후 정부는 단전·단수·월세 체납 등 빅데이터 기록을 이용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관리하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으로 위기가구를 사전에 “빈틈없이” 찾아내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월세와 전기요금을 16개월 동안 내지 못한 탈북이주여성 한모씨(42)와 아들 김모군(6)은 정부의 빅데이터망에 포착되지 못한 채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다. 한씨 모자가 사는 곳이 데이터 수집 대상이 아닌 재개발임대아파트였고, 전기료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한꺼번에 걷어 한전에 냈기 때문에 월세·전기료 체납 여부가 통합관리망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15일 보건복지부는 재개발임대아파트의 월세 체납 여부도 통합관리망에 포함할 수 있게끔 논의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빅데이터 수집 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한씨 모자의 비극을 막는 것이 가능할까. 통합관리망 시스템은 2개월 주기로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신생아 난청지원 등 29종의 빅데이터를 수집한 후 이를 토대로 500만명의 위기가구 가능성군을 추린다. 그 후 차상위계층 여부 등을 한번 더 살펴 5만~7만명 정도를 다시 추린 후에 복지부가 각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한다. 이 중에는 고의체납자 등 다양한 경우가 섞여 있기 때문에 지자체 담당 직원이 일일이 확인해 위기가구를 선정해야 한다. 현재 지자체의 복지 담당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빅데이터만으로 위기가구를 한번에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설령 한씨 모자가 통합관리망에 잡혔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비극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위험군’ 집중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한번 위기가구에 속했던 사람의 경우 담당자를 지정해 지속적으로 잘 살고 있는지 추적 확인하는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다가 2013년 벌이가 생기면서 수급자격이 탈락된 사례다. 만약 ‘고위험군’ 추적관리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이 같은 비극을 사전에 막는 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소득이 없는 한씨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씨는 지난해 10월 관악구로 이사를 와 아동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했으나, 한씨의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도 있었던 담당 직원은 아동수당 관련 업무만 처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은 ‘신청주의’이기 때문에 이 경우 담당 직원들이 간략한 안내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탈북자였던 데다 이혼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위기가구인 한씨 모자는 현재의 관리 체계로는 잡아내기가 어렵다.

복지부는 이혼과 같은 관계단절, 실직 등까지 폭넓게 반영해 지속적으로 위기가구 여부를 파악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동의한 사람에 한해 소득, 재산, 신변 변화 등 개인정보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복지 혜택 안내를 주기적으로 하는 ‘복지멤버십’(가칭)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2.0’은 일러야 2022년쯤 도입될 예정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152130015&code=940601#csidx0a09c4b4fb10aa9a748ec09a02115ff